매일신문

[사설] 해평취수장 협정서 체결 미적대는 정부

구미 해평취수장 대구시 공동 이용에 대한 협정서 체결이 하세월이다. 대선 이전에 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23일로 예정된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서' 체결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가 참석하기로 했지만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결과 등 여러 정치적인 상황이 고려됐을 거라는 추측이다.

정부가 미적대는 사이 취수장을 구미보 상류로 옮기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14㎞ 정도 상류에 있는 곳이다. 해평취수장을 대구시와 함께 이용하면 구미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상류로 옮기면 구미 지역에 설정된 상수원보호구역, 공장설립제한구역, 공장설립승인지역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구미 입장에선 나올 만한 목소리다.

그럼에도 이미 약속한 정책을 재검토한다는 건 에너지 낭비에 가깝다. 취수장을 옮기자는 주장은 처음으로 돌아가 판을 새로 짜자는 말과 진배없다. 환경부가 진행한 관련 연구 용역은 무용지물이 된다. 10억 원 넘게 들여 1년 6개월 동안 매달린 결과물이다.

예산 낭비뿐인가. 추가 공사비 1천300억 원도 불가피하다. 상주와 의성 주민들의 반발 수습 등 해결 과제가 새롭게 쌓인다. 정부가 제시한 당근도 사라질 개연성이 높다. 해평취수장을 대구시와 공동 이용하는 조건으로 받을 KTX 구미역 신설, 낙동강수계기금에서 매년 100억 원 상생 지원, 해평습지 일대 생태축 복원 사업 우선 추진 등이 공중분해될지 모른다.

이런 이견이 나오는 원인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대선이라는 정치 이벤트에 정신이 팔린 사이 지역 여론이 분열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더불어민주당 출신 장세용 구미시장이 "정부 쪽에서 협정서 체결을 책임 있게 밀고 나가는 책임자가 없다"고 했을까.

국가의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예측 가능해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니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정책은 되짚어야 한다. 그러나 옳은 정책도 결단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민심 이반을 막을 수 없다. 협정서 체결이 정치적 부산물로 다뤄지는지 대구 시민과 구미 시민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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