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으로 끝난 제20대 대선의 가장 큰 의미는 '정권교체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 국민이 윤석열 후보나 국민의힘을 지지한 게 아니라 정권교체를 선택한 덕분이라는 말이다. 48.56%대 47.83%. 득표율 격차 0.73%포인트(p). 무효표 30만7천 표보다 적은 24만7천 표 차. 많게는 10%p 차 승리를 장담하던 국민의힘이 질 수도 있었던 승부였다.
여론조사 지지율은 오르내렸지만 선거 내내 정권교체 여론이 50% 밑으로 떨어진 적은 없었다.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었나. 아니면 일각의 음모론처럼 정말 무슨 꼼수가 있었나.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개표 당일 지상파 3사가 출구조사와 함께 실시한 심층 조사를 보면 2번을 찍은 유권자 중 윤 후보에 대해 '만족'하다는 의견은 48.9%, '불만족'하다는 의견은 48.4%였다. 지지자들도 정권교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야당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윤 당선인이나 국민의힘의 성찰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음에도 진땀승을 거둔 원인에 대한 반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낮은 승리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고 완벽하게 양쪽으로 갈라진 국민 여론은 쉽게 등을 돌릴 수 있는 법이다.
아무리 박빙 승부라 해도 이긴 건 이긴 거다. 전국 선거 4연패, 서울 선거 7연패 후 야당이 처음 맛본 큰 승리이다. 지난해 서울·부산 재보궐선거는 국지전이었고, 더불어민주당이 자책골로 무너진 선거였다. 그래서 지금은 국민의힘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해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른바 꿀처럼 달콤한 허니문 기간이기도 하다. 인수위 활동과 윤 당선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으면서 모두가 붕 뜬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잠에 취해 있어도 불침번은 깨어 있어야 한다. 지방선거라는 또 한 번의 건곤일척 승부가 코앞에 있기 때문이다. 이겼지만 자칫 '질 뻔한' 대선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밀한 지방선거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이다. 민주당은 선거를 통해 대통령(행정) 권력, 의회 권력, 지방 권력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사법부와 헌법재판소까지 민주당 영향권 안에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그중 하나만 겨우 보수 세력이 탈환했을 뿐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는 남북, 미북 정상회담 쇼를 통해 민주당이 전국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그동안 진보 세력이 구축해 놓은 풀뿌리 조직이 영향력을 더 크게 발휘할 수 있는 게 지방선거이다.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지원에 미온적이던 국회의원들이라 해도 더 적극적으로 뛸 수밖에 없다. 2년 후 자신들의 선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게 지방선거이기 때문이다.
6월 1일 지방선거는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불과 20일 만에 치러진다. 여당이 될 국민의힘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물러가는 권력인 청와대부터 당선인 측과 각을 세우고 있다. 청와대 이전, 여성가족부 폐지 등 시급하지도 않은 사안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점점 커진다. 민주당 방계 조직이나 다름없는 여성 단체나 언론 단체들은 벌써부터 일전을 예고 중이다. 윤 대통령 취임 전부터 촛불집회를 열기 시작할 수도 있다. 광우병 가짜 뉴스, 세월호 선동으로 보수 정권을 흔들어 놓은 경험이 있는 그들이다.
박빙 승리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승리를 과신한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도 일조했을 것이다. 뒤늦은 단일화도 문제였다고 보아야 한다. 이른바 이대남 공략에 치중하느라 젠더 갈등 프레임에 갇힌 것도 원인의 하나였다. 정권교체만을 강조하고 제대로 된 비전 제시를 못한 것도 돌아봐야 한다.
패배한 민주당은 여러 의원이 다양한 형태로 패인 분석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용하다. 대선에 이어 지선 승리도 따 놓은 당상이라 생각하는지. 이런저런 광역단체장 출마 희망자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만 부각되고 있다. 승리가 저주로 변하는 경우도 있고, 패배가 축복이 되는 경우도 있다. 보수 세력은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다. 국정의 모든 부문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회복될 때까지 축배를 유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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