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e는 움직이다라는 영어 동사이다. 이 Move에 전치사가 붙으면서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가령 In이 붙은 Move In이 되면 안으로 들어가니 이사하다라는 뜻이, 떨어진다는 Off가 붙은 Move Off는 떠난다라는 의미가 되고, Move On은 위로 움직인다라는 의미이니 한 챕터를, 한 장을 끝내고 넘어간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전진하다의 의미가 있다. 지난 9일로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이제 갈등과 반목의 한 챕터를 끝내고 Move On하기 위해 대한만국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일까?
대통령 선거 마지막 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갑자기 고 이건희 회장을 소환했다. 그가 한 "기업은 이류고, 행정은 삼류고, 정치는 사류"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정치가 변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건희 회장이 재임한 27년 사이 삼성그룹의 총매출액은 13조 5천억 원에서 334조 원으로 25배가 넘는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 냈고, 그 바탕 위에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2022년 2월 기준 시가총액 세계 16위, 브랜드 가치는 세계 6위의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그의 리더십에 우리 정치를 일류로 바꿀 어떤 단초가 있을까?
첫째,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가 총수로 있는 동안 삼성은 항상 위기였다. 개인적으로 삼성에 있는 동안 매년 신년사에서 그가 위기를 강조 안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는 삼성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등에서 땀이 흐른다고 얘기했다. 대선 기간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많았다. 국민소득 5만 달러 시대, 세계 5위 국가, 기축통화 국가 등등. 그러나 오늘 우리의 현실은 위기에 더 가깝다. 기술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축의 변화가, 경제적으로는 디지털 전환이라는 파고가 전방위적으로 우리를 덮치고 있고, 정치적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 속 어디에 줄 설지를 강요당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의 어려움을 절감한다. 그는 위기 리더십을 통해 나태하고 둔감한 관성의 조직을 변화하게 만들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라는 변화에 대한 집착으로 삼성이 처한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었다. 위기라고 느낄 때만이 우리는 변화할 수 있다.
둘째는 입체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는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것으로 유명했다. 처음 볼 때는 주인공의 관점에서, 두 번째 볼 때는 주인공의 반대편에 있는 조연 1의 관점에서, 감독의 관점에서, 같은 영화를 다른 시각에서 여러 번 보면서 입체적 사고력을 길렀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한 편의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관점이 취합되면서 자기중심적으로 보고 생각하는 것을 고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편가르기라고 한다. 진영 논리에 따라 작은 차이를 서로가 크게 만들었다. 과거와 미래, 진보와 보수, 세대 갈등, 젠더 갈등, 지역 간 갈등 등 모든 것이 갈라져 있다. 새로운 리더십은 이 갈등을 통합하고 치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상대편의 관점도 취합한 전체로 현상의 문제들을 보아야 한다. 이분법적 사고가 아닌 통합적 입체적 사고가 필요하다.
셋째는 업의 본질에 대한 집착과 질문이다. 유럽에서 컴퓨터 책임자를 뽑아야 할 때의 일이다. 그 담당자에게 그 전에 어떤 일을 했냐고 묻자, 그 담당자가 가전 부문에서 일을 했다고 하니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며, 사람을 바꾸라고 지시를 했다. 그때 그 담당자가 "제가 이전에 하던 가전제품 영업이 건어물 장사라면 새로 시작하는 컴퓨터 영업은 생선 장사쯤 된다는 감을 익힌 것 같습니다. 제게 기회를 주신다면 생선 장사를 제대로 한번 해 보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그 당시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이 12주 만에 286컴퓨터에서 386SX로, 3주 만에 386SX에서 386DX로 변하는 현상을 보며, 컴퓨터 사업에서 무엇보다 제품의 '신선도'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그 담당자는 이건희 회장에게 인정을 받으며 결국 그 자리에 낙점되었고, 많은 성과를 냈다. 반도체는 양심 산업이고, 시계는 패션산업이라는 것도 일반적인 상식을 깨는 생각이지만, 정확하게 그 산업의 성공 요체를 꿰뚫어 보는 혜안이 아닐 수 없다. 업의 본질에 대한 대답을 이끌어 내기 위해 그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최소 다섯 차례의 질문을 통해 문제의 근원을 파고든 5번의 '왜?' 사고법은 유명하다. 결론 내리고, 지시하는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의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It's time to Move On.
댓글 많은 뉴스
국힘, '한동훈·가족 명의글' 1천68개 전수조사…"비방글은 12건 뿐"
사드 사태…굴중(屈中)·반미(反美) 끝판왕 文정권! [석민의News픽]
"죽지 않는다" 이재명…망나니 칼춤 예산·법안 [석민의News픽]
"이재명 외 대통령 후보 할 인물 없어…무죄 확신" 野 박수현 소신 발언
尹, 상승세 탄 국정지지율 50% 근접… 다시 결집하는 대구경북 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