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못 구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후 지원율이 급전직하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한 명도 뽑지 못한 수련병원(대학병원 등)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공의 자원이 해마다 줄어들면서 응급실 소아청소년과 진료 인프라 자체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엄살로 흘려들을 수 없는 일들이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국 대학·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만 해도 80%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38%까지 급락한 뒤 올해에는 27.5%까지 더 떨어졌다. 대구의 사정은 더 나쁘다. 대구 6개 대학·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지난해 12.5%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13.3%에 그쳤다. 5개 대학병원이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을 한 명도 채우지 못했다.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 응급실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공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공의를 뽑지 못하다 보니 소아청소년 환자 응급의료 당직 부하도 날로 가중되고 있다. 의사가 부족한데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고 응급 의료 체계에 구멍이 날 지경이다. 이대로라면 장기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마저 줄어드는 것도 시간문제다.
의대생들이 소아청소년과를 기피하는 이유는 '저수익 고부담' 구조 때문이다. 재앙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저출산 여파로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해마다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환자 수가 더 줄었다.
의료계에는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라는 격언이 있다. 소아청소년 환자 진료가 그만큼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의료보험 수가는 성인 환자와 동일하게 책정돼 있다.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소아청소년과가 비전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결국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적극적 재정 지원 및 의료 수가 현실화가 유효한 해법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상황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대책을 서둘러 세우기 바란다.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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