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시즌제 예능의 득과 실

채널A ‘강철부대2’, 더 독해진 방송에도 시청자 반응은 약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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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강철부대2'의 한 장면. 채널A 제공

이제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는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들어섰다. 성공한 예능 프로그램은 이제 당연히 시즌2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러한 시즌제 예능이 온전히 득만 있는 건 아니다. 시즌1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채널A '강철부대2'가 부진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독해진 제작진, 더 강력해진 출연자들

'강철부대2'는 시작부터 독해진 면모를 드러냈다. 일단 시즌1이 여름의 바닷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던 것과 달리, 시즌2가 한겨울 눈발이 날리는 황병산을 미션의 공간으로 선택한 것에서부터 이런 차이가 보인다. 황병산은 특수부대들의 '훈련 성지'로 불리는 곳. 그곳에 마침 눈보라가 치는 날 출연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놨다. 그리고 벌어진 첫 미션은 '참호격투'다. 체감온도가 영하 30도에 이른다는 혹한 속에서 살얼음을 깨서 녹여 놓은 참호 속으로 각 부대원들이 뛰어든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모두 웃통을 벗어버린다. 배경 영상만으로 시각의 차원을 넘어 촉각적인 느낌을 줄 정도의 자극을 만들어낸다.

곧 이어진 참호격투의 살벌한 대결 장면은 마치 야수들이 맞붙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다른 이들이었다면 '가학적'이라고 지적될 그 살풍경마저 '이 정도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특수부대 출신 출연자들로 인해 어느 정도 용인되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이번 시즌2의 출연자들은 피지컬이 압도적이다. 707의 이주용이나 SSU의 허남길, 특전사의 김황중 같은 인물들은 참호격투에서 웃통을 벗어 그 화난 근육들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단박에 시선을 잡아끌었다.

게다가 이번 시즌2에는 새롭게 두 부대가 참여했다. 붉은 베레모를 쓰고 등장한 공군 특수탐색구조대대(SART)와, 영화 '아저씨'의 원빈이 맡은 주인공이 나온 부대로 군복도 입지 않고 명찰도 없으며 경례 구호도 없는 모든 것이 베일에 쌓인 국군정보사령부특임대(HID)가 그 부대다. 이처럼 두 팀이 더 합쳐져 총 8팀이 참여하게 된 건 당연히 시즌1의 성공 덕분이다. 시즌1으로 인해 박군은 물론이고 황장군 황충원, 육준서 같은 출연자들은 방송 이후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시즌2는 그래서 시즌1에 비해 20배가 넘는 특수부대 예비역들이 지원서를 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더 강력해진 출연자들과 더 살풍경한 환경에서 미션을 내놓은 독해진 제작진은 과연 '강철부대2'로 성과를 낼 수 있었을까. 아쉽게도 그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시청률은 처음 2회까지 4.3%(닐슨 코리아)까지 올랐다가 그 후로 추락하기 시작해 지금은 3.3%에 머무르고 있고, 화제성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물론 호평 가득했던 시즌1에 비해 시즌2는 참호격투의 상반신 탈의에 대해 가학성이나 노출에 대한 비판적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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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강철부대2' 포스터 이미지. 채널A 제공

◆시즌1 학습효과의 부작용

먼저 지적해야 할 건 시즌1의 학습효과가 불러온 부작용이다. 시즌2의 출연자들은 당연히 시즌1을 분석했을 게다. 어떤 미션이 나올 것이고, 거기서 어떤 전략을 쓰는 것이 유리한가 같은 걸 파악했을 테니 말이다. 또한 자신이 하는 어떤 모습이 방송을 통해 어떻게 비칠 것인가도 어느 정도 간파했을 수 있다. 출연자들 중에는 헬스 트레이너들도 있어 본래 몸이 이렇게 좋은 이들도 있지만, 아마도 시즌1을 보고 몸 관리를 했을 출연자들도 적지 않았을 성싶다. 단순히 '최강부대를 뽑는다'는 취지만이 아니라, '성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걸 시즌1을 통해 충분히 학습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학습효과야 방송을 위해서도 충분히 용인될 만하다 싶지만, 미션 과정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을 짜거나 혹은 방송에 어떤 것이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을 것인가를 미리 알게 된 부분은 단지 학습효과의 득으로만 보긴 어렵다. 실제로 참호격투에서 SSU 허남길을 중심으로 SDT 김태호, UDT 김명재가 미션을 하기 전 사전에 연합을 해서 그들만 살아남는 광경은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불공정한 느낌을 줄 수 있었다. 또 최강대원 선발전에서도 1, 2등을 한 707과 해병대가 역시 연합을 선택해 그들이 받은 강력한 베네핏인 '대진 결정권'과 '작전도 획득권'을 공유하는 모습 역시 보기 불편하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받았다.

하지만 학습효과는 출연자들만이 아니라 제작진, 시청자들에게도 만만찮은 영향을 끼쳤다. 즉 시즌1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미션들이 최종탈락을 결정하는 '데스매치'에서 많이 나왔고, 그 '데스매치'는 주로 250㎏ 타이어를 옮기거나 40㎏ 군장 10㎞ 산악행군 같은 초인적인 힘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미션들로 채워졌다. 그래서인지 시즌2는 '최강대원 선발전'에서도 100㎏ 통나무 끌기를 미션으로 넣었고, 이어서 치러진 설한지 점령전 역시 엄청난 무게의 썰매를 밀고 올라가야 하는 미션이 들어갔다. 하지만 시즌2에서 이렇게 제작진이 내놓은 '힘쓰는 미션들'은 오히려 '전략적이고 머리를 쓰는' 내용들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즌1에서는 박군이 이런 면모들을 보이면서 여성 시청자들까지 팬덤으로 만드는 힘을 발휘했지만, 시즌2에는 박군 같은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시청자들 역시 시즌1의 학습효과 때문에 이와 비교해 시즌2를 보게 되면서 나오게 된 의외의 반응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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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강철부대2'의 한 장면. 채널A 제공

◆시즌제 예능, 득만큼 실도 크다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시즌제의 요구는 과거 나영석 PD나 김태호 PD의 지상파 방송 시절부터 줄기차게 나왔던 사안이었다. 지상파 예능은 그 특성상 매주 방송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제작진들의 피로감과 아이디어 고갈 등의 문제가 지적되곤 했다. 또 시즌제처럼 매 시즌이 일단락됨으로써 예능 프로그램 역시 드라마처럼 하나의 '작품'이 되고픈 예능 PD들의 요구들도 나왔다. 결국 나영석 PD는 CJ로 이적하면서 모든 프로그램들을 시즌제로 시도해 성공을 거뒀다. 반면 김태호 PD는 최근 MBC를 퇴사하기 전까지 시즌제 없이 매주 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김태호 PD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먹보와 털보'를 10부작으로 마무리지었고, 지금은 이효리를 내세운 '서울체크인'을 준비 중이다. 물론 지상파에서는 KBS '1박2일', MBC의 '놀면 뭐하니?'와 '나혼자 산다', SBS의 '런닝맨'과 '집사부일체' 등 여전히 시즌제가 아닌 매주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tvN이나 JTBC 같은 비지상파에서는 거의 대부분을 시즌제로 소화하고 있다. 이들 시즌제 예능의 장점은 성공 아이템을 가져가기 때문에 보다 쉽게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고, 일종의 '팬덤 예능'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강철부대2'의 사례를 보면 시즌제 예능이 좋기 만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서바이벌 예능'처럼 강력한 자극을 전면에 내세우는 예능의 경우 시즌2는 시즌1과의 비교점 때문에 더 독하게 돌아와도 그만한 효과가 나오지 못하는 일도 생겨난다. 자극은 결국 더 큰 자극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지만, 그것만으로는 시즌1과의 변별력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다.

'강철부대2'의 부진은 특히 시즌1에서 이미 했던 익숙한 스토리들이 반복되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군대 서바이벌의 스토리들은 결국 놀라운 기량이나 누군가의 희생, 또 함께 협력해서 거두는 성과 같은 것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들은 이미 시즌1에서 충분히 체험했던 것들이다. 좀 더 색다른 스토리를 고민하고, 그런 것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새로운 미션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시즌제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걸 '강철부대2'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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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강철부대2'의 한 장면. 채널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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