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통제’ 방안으로 보완돼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 분야 핵심 공약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장관은 23일 오전 취재진과 약식 간담회를 열고 "수사지휘권은 아직 필요하다"고 했다. 박 장관은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도 "수사지휘권을 없애면 검찰의 수사 경과와 결과, 결정을 검증할 방법도 없고 공정성 시비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수사지휘권 폐지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검찰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서는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의 폐지 논리도 검찰의 독립성이다. 어느 쪽이 맞는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모두 네 번 발동됐는데 그중 세 번이 문재인 정권에서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신 추미애 전 장관이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하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두 차례 발동했다. 윤 총장을 밀어내기 위한 정치적 개입이란 의심을 받았다.

민주당 3선 의원 출신인 박범계 장관은 지난해 3월,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재고하라는 수사 지휘를 내렸다. 그러나 무혐의 처분을 뒤집지 못했다. 이를 두고 범죄자 말만 믿고 수사 지휘를 하느냐는 비난이 일었다.

이런 사실은 수사지휘권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상존함을 말해 준다. 지금까지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세 명의 법무부 장관이 모두 정치인 출신임은 이를 잘 말해 준다. 이런 측면에선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게 맞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수사지휘권을 폐지할 경우 검찰은 누가 통제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윤 당선인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은 설득력이 약하다. 자신이 겪었던 수사 지휘 사례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단정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수사지휘권의 악용을 막으면서 검찰 권력도 통제하는 묘안을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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