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매 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될 때마다 도서관은 학생들로 늘 가득 찼다.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만화책부터 찾는 아이, 학년 추천도서 목록을 가지고 와 독후감 쓰기 쉬운 책이 뭐냐고 물어보는 아이, 수업 듣기 싫다고 도서관에서 있으면 안 되냐고 물어보는 아이 등 쉬는 시간이 끝난 후 도서관은 늘 폭풍이 휘몰아친 듯했다.
아이들이 헤집어놓은 책들을 정리하고 업무를 시작하려고 하면 또 쉬는 시간은 찾아온다. 돌이켜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책 정리하는 데만 시간을 쓴 것 같다.
학생들이 하교할 무렵 조용해진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 버스가 올 때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조잘조잘 얘기하던 아이들이었다. 가끔 나에게 찾아와서 읽을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었는데, 대학생활 동안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터라 초등생 추천도서에 대한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청소년 권장도서를 인터넷에서 찾아 추천해주거나, 도서관 안에서 가장 대출량이 많은 책을 추천해주곤 했다.
그렇게 추천받은 책들을 빌려간 아이들이 반납하러 올 때마다 "이 책은 이래서 재미있었어요", "이건 이래서 별로였어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책의 줄거리를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그렇게 줄거리를 하나하나 듣다보니 청소년 도서일지라도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생겨났다. 아이들이 책을 추천해줄 때마다 그 책들을 한 권 한 권씩 읽어보게 되었는데, 그 중 가장 재미있었던 책은 고정욱 작가의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가 아니었나 싶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폭력서클의 멤버인 주인공 황재석이라는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보름간 사회봉사를 가서 만나게 된 '부라퀴' 할아버지를 만나 일어나는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시리즈마다 다양한 사춘기 청소년들의 문제를 담고 있는 책으로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욕설도 나오고 학교폭력, 왕따, 미혼모 등의 문제들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라 아이들에게 추천하기는 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소설 안에 있는 모든 내용이 지금 사회에서 있을 법한, 그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였고, 주인공인 재석이가 이러한 모든 사건·사고를 해결하며 변화되고 성장하는 것을 함께 보며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추천받은 학생들이 책을 읽고 반납하러 올 때마다 했던 이야기는 "재석이 다음 권 언제 나와요"였다. 이 책을 재미로 읽는 아이들도 있고, 이 책을 통해 교훈을 얻고 성장한 아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추천한 책을 읽고 10명 가운데 1명이라도 이 책이 재미있고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게 바로 청소년 추천도서가 아닐까 싶다.
한준 대현도서관 사서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