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15>책을 추천한다는 것

대현도서관 사서 한준

까칠한 재석이가 돌아왔다/ 고정욱 지음/ 애플북스 펴냄
까칠한 재석이가 돌아왔다/ 고정욱 지음/ 애플북스 펴냄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매 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될 때마다 도서관은 학생들로 늘 가득 찼다.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만화책부터 찾는 아이, 학년 추천도서 목록을 가지고 와 독후감 쓰기 쉬운 책이 뭐냐고 물어보는 아이, 수업 듣기 싫다고 도서관에서 있으면 안 되냐고 물어보는 아이 등 쉬는 시간이 끝난 후 도서관은 늘 폭풍이 휘몰아친 듯했다.

아이들이 헤집어놓은 책들을 정리하고 업무를 시작하려고 하면 또 쉬는 시간은 찾아온다. 돌이켜보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책 정리하는 데만 시간을 쓴 것 같다.

학생들이 하교할 무렵 조용해진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이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 버스가 올 때까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조잘조잘 얘기하던 아이들이었다. 가끔 나에게 찾아와서 읽을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었는데, 대학생활 동안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터라 초등생 추천도서에 대한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청소년 권장도서를 인터넷에서 찾아 추천해주거나, 도서관 안에서 가장 대출량이 많은 책을 추천해주곤 했다.

그렇게 추천받은 책들을 빌려간 아이들이 반납하러 올 때마다 "이 책은 이래서 재미있었어요", "이건 이래서 별로였어요"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책의 줄거리를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그렇게 줄거리를 하나하나 듣다보니 청소년 도서일지라도 정말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 생겨났다. 아이들이 책을 추천해줄 때마다 그 책들을 한 권 한 권씩 읽어보게 되었는데, 그 중 가장 재미있었던 책은 고정욱 작가의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가 아니었나 싶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폭력서클의 멤버인 주인공 황재석이라는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보름간 사회봉사를 가서 만나게 된 '부라퀴' 할아버지를 만나 일어나는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시리즈마다 다양한 사춘기 청소년들의 문제를 담고 있는 책으로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욕설도 나오고 학교폭력, 왕따, 미혼모 등의 문제들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라 아이들에게 추천하기는 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소설 안에 있는 모든 내용이 지금 사회에서 있을 법한, 그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였고, 주인공인 재석이가 이러한 모든 사건·사고를 해결하며 변화되고 성장하는 것을 함께 보며 이 책을 읽는 아이들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추천받은 학생들이 책을 읽고 반납하러 올 때마다 했던 이야기는 "재석이 다음 권 언제 나와요"였다. 이 책을 재미로 읽는 아이들도 있고, 이 책을 통해 교훈을 얻고 성장한 아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추천한 책을 읽고 10명 가운데 1명이라도 이 책이 재미있고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게 바로 청소년 추천도서가 아닐까 싶다.

한준 대현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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