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 안착한 박근혜, 품위 있는 전직 대통령 모습 기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4일 대구시 달성군 유가읍 사저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은 환영 나온 지지자들에게 "제가 많이 부족했고 또 실망을 드렸음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대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지는 않았다. 달성군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4월 제15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다. 이후 내리 4선을 했고, 2012년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출마하면서 대구를 떠났다. 그리고 그해 12월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됐고, 대통령직 수행, 탄핵, 수감, 입원과 지난해 12월 사면·복권 등 영욕의 세월을 거쳐 10년 만에 '고향' 대구 달성군으로 돌아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박근혜 전 대통령' '박근혜 씨' 등 각 언론이 쓰는 호칭에서도 온도 차이를 알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마다 그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것인가 촉각을 곤두세우곤 했다. 친박(親朴), 진박(眞朴), 비박(非朴)이라는 말이 유행했고,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컸다. '박근혜 팔이'로 정치적 이익을 취하는 자들도 많았다. 벌써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을 돕겠다'는 말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그런 만큼 박 전 대통령의 명예는 회복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 갈등을 심화해서는 안 된다. 국민 화합을 이끄는 명예 회복, 즉 '법적·정치적 차원'이 아니라 국민의 인식과 역사 차원에서 명예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이 고향에서 '아이들에게 과학책 읽어주는 모습' '이웃의 아픔과 고단함을 보듬어 주는 모습' 등 역대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들이 보여 주지 못했던 품격 있는 행보를 펼쳐 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퇴임 이후에 더 빛나는 삶을 가꾸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박근혜 팔이'에 몰두하는 정치꾼들도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 '박근혜 팔이'는 박 전 대통령의 명예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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