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전을 둘러싼 신구 권력의 갈등이 볼썽사납다. 김영삼 정부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하나같이 청와대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위원회까지 만들어 1년 6개월 동안 검토했지만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청와대 문제는 단순한 위치와 공간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이 분리되어 소통이 어렵다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대통령실과 내각, 언론,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 불가능하여 비서실 중심의 문고리 권력 형성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과거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 앞에서 합참의장을 불러내 군 인사를 논의했다는 어이없는 사례에서 보듯이 비서관이나 행정관이 각 부처의 장차관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비공식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청와대다. 그래서 청와대 이전은 단순한 집무실의 위치 변경이 아니라 대통령의 국정 운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대통령 권력에 기생하는 기생충을 막고 국민의 이익에 상시적으로 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백악관 스타일의 개방적 대통령 집무실과 실질적 민관 협력을 위한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국정에 참여하는 방식의 국정 운영을 천명한 바 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용산의 국방부 건물로의 이전이 필요함을 발표했다.
이렇게 보면 청와대 이전은 5월 10일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기 위한 대통령직 인수인계의 핵심적 이슈다. 문제는 이전할 장소가 왜 하필 용산의 국방부 건물이냐는 것과, 왜 반드시 새 정부 출범일에 맞추어야 한다고 그토록 서두르냐의 점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안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동의할 수 없다며 이전에 필요한 예산 496억 원의 예비비 사용을 아예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의견이 높은 여론조사 결과, 이전비용 문제, 용산 지역에 대한 추가적 규제 등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 이전에 따른 안보 위험은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밝힌 바와 같이 과장된 것이거나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군은 비상시를 대비해 존재하는 것이며, 모든 안보 위협에 대응하도록 조직화되어 있어야 한다. 용산 지역의 추가 규제는 이해관계자인 서울시에서도 없을 것이라고 답한 바 있고, 각종 군사적·기술적 문제 검토가 끝났다는 것이 인수위의 입장이다. 만일 인근 주민이 감내하기 어려운 추가적 규제가 도입된다면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윤석열 정부에 있다.
용산 이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여론조사의 반대가 높으니 공론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자고 한다. 대통령실 이전은 대선 과정에서 이미 공약으로 제시된 것으로 당선과 함께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대통령실 이전은 국정 운영 방식의 근본적 변화이면서도 우리 사회나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거의 없는 사안이어서 탈원전이나 소득주도성장 같은 공론화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다만,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높다는 것은 윤 당선인이나 인수위 측의 설득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더욱 소통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수위가 5월 10일에는 반드시 청와대를 개방해 국민께 돌려 드리겠다고 하니, 언제 국민이 돌려 달라고 했느냐는 조롱 섞인 반대도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를 대통령 집무실로 쓰지 않으면 굳이 이를 폐쇄적 공간으로 둘 이유가 없으니 개방한다는 것이 조롱받을 일은 아니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어차피 개방할 것이라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청와대로 옮기고 역대 대통령기념관을 마련해 후세를 위한 교육의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속담이 있다. 새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청와대 이전에 협조하는 것이 현 정부의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 청와대 이전 문제로 꼬인 대통령과 당선인 두 사람 모두 국가와 국민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일할 역사적 책무가 주어진 선출된 권력이다. 권력의 인수인계도 그 책무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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