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검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25일과 28일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을 압수수색했다. 고발장 접수 3년 2개월 만이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산하 기관장들의 사직을 압박했다는 의혹으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고발한 사건이다.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참 빠르네"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이 '너무 늦다'라는 의미의 반어적 표현은 아닐 것이다.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승리하자 검찰이 행동에 나선 것을 비꼰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벌써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측은 이제야 수사를 진행하는 배경을 "법리 검토를 위해 유사 사건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징역 2년이 선고된 원심이 지난 1월 확정된 사건을 언급한 것이지만, 참 궁색하다. 검찰이 3년 넘게 사건을 뭉갠 것은 문재인 정부의 눈치를 살핀 것이고,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칼을 뽑아 든 것은 새로 들어설 정부의 눈치를 살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의혹이 불거질 당시 이미 산업부 산하 공기업 사장 등이 임기를 남겨 둔 상태에서 사표를 낸 객관적 사실이 있었고, 자의(自意)에 반한 사표였다는 증언도 나왔기 때문이다.
동부지검에는 '청와대 특감반 330개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국무총리실·과기부·통일부·교육부 산하 공공기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 유사한 '블랙리스트' 사건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검찰은 이 의혹들에 대해 수사를 하는 둥 마는 둥했다. 앞으로 이 문제들은 수사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고, 결국 '정치 보복'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정권 눈치를 살피느라 '수사'를 미루다가 정권이 바뀌자 수사를 본격화하는 바람에 또다시 '국민 분열'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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