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지구는 돈다… 라면과 치킨, 그리고 "우리"를 태운 채

"내가 라면 먹을 때", 다른 누군가는 농사를 짓고 빵을 판다…
"모든 치킨은 옳을까?", 치킨 한 마리를 둘러싼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는 세계시민으로서의 마음가짐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계는 점점 가까워졌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 이후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것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상관없는 먼 나라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사실은 '나와 내 주변인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매우 큰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오늘은 음식을 통해서 전 세계의 문제를 고민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세계시민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할 때, 우리가 꿈꾸는 변화가 시작될 것입니다.

'내가 라면을 먹을때'의 표지

◆ 나만 행복하면 괜찮은 걸까?

그림책 '내가 라면을 먹을 때'(저자 하세가와 요시후미)의 주인공 소년은 혼자 식탁에 앉아 라면을 먹습니다. 옆에서 고양이는 하품을 하고, 나른하고도 평화로운 한낮의 풍경이 창문 너머로 보입니다. 같은 시간, 이웃집 친구는 과자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고, 그 이웃집에 사는 친구는 똥을 누고, 그 이웃집에 사는 친구는 바이올린을 켭니다. 또 주인공 소년이 모르는 이웃마을에 사는 어떤 아이들은 그 시간에 야구를 하고, 어떤 아이는 어른들이 요리하는 걸 돕습니다. 모두 평화롭고 넉넉한 일상의 모습들입니다.

같은 시간, 이제 무대는 이웃나라로 넘어갑니다. 그곳에 사는 아이들의 모습은 지금까지 책에서 본 것과는 달리 넉넉하지도 평화롭지도 않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바삐 달리거나, 동생을 돌보거나, 물을 긷거나, 농사일을 하거나, 빵을 팔아야 합니다. 당장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려운 아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땅에 쓰러져 있는 아이도 있습니다. 쓰러져 있는 아이 위로 삭막한 바람이 붑니다. 그 바람이 주인공 소년이 라면을 맛있게 먹는 방의 커튼을 부드럽게 흔들며 지나가는 것으로 그림책은 끝을 맺습니다. 다양한 나라 속 아이들의 일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과 안쓰러움, 슬픔을 자아냅니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는 내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함을 느끼게 하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만듭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는 시작이 아닐까요? 나와는 상관없고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모른 척한다면 머지않아 내가 누리고 있는 평화도 깨지게 돼 있습니다. 거리가 멀어도, 다른 나라여도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는 세상의 아이들이 모두 우리처럼 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그들과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이어져 있다는 것을 조용하면서도 단호하게 보여 줍니다.

'모든 치킨은 옳을까'의 표지

◆ 치킨 한 마리가 우리에게 오기까지

음식은 생존을 위한 기본 자원인 동시에 한 문화의 상징이자 정체성이기도 하고, 경제 구조에서도 중요한 산업 분야를 차지하며, 무엇보다 우리 일상의 소중한 부분입니다. '모든 치킨은 옳을까?'(저자 오애리, 구정은 외 1명)는 한국의 십대 청소년들이 즐기는 음식인 치킨, 콜라, 피자, 햄버거, 라면, 카레, 소고기, 초콜릿 등 열 두 가지를 골라 그와 관련된 세상과 사람을 탐험합니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다'라는 말처럼, 먹는 행위는 바로 인간의 몸과 마음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일입니다. 먹는 것은 우리의 몸은 물론 문화와 정신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지요. 세계는 하나로 이어져 있고, 먹거리 또한 전지구적인 공급망을 따라 움직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떤 과정과 재료로 만들어지는지 돌아보는 일은 세계와 사회, 문화와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먹거리가 어떻게 우리 곁에 왔는지를 돌아보면 인류를 지탱하는 먹거리의 미래에 관해서도 자연스레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식품 기업에 맞서 토착 먹거리를 지키려는 사람들, 생산 지역이나 국가의 농부들과 직거래하고 적정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아직도 세상엔 먹을 것조차 마음껏 먹지 못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특히 기후변화로 경작 환경이 나빠지면서 생태 환경과 식량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증가했습니다.

저자들은 일상 속 음식을 매개체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상의 이면과 주요 쟁점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합니다. 그리고 이 음식들은 과연 어떻게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르게 됐을까? 그리고 어떻게 생겨나 지금 우리의 생활을 차지했을까? 그 안에는 어떤 숨겨진 역사와 이야기가 있을까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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