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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약령시 대표 브랜드 꿈에도…자금정 제품화 난관 왜?

아토피 치료로 국감에서도 주목받은 자금정, 여전히 허가 못 받아
수십억원 드는 임상 거쳐야…“한약 특성 헤아리지 못하는 것”
“한약제제법 따로 두고 한방식약처 설립도 검토해야”

대구약령시 청신한약방 사복석 대표가
대구약령시 청신한약방 사복석 대표가 '자금정'을 설명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아토피 피부염은 대표적인 현대 질환이다. 성인과 영유아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아토피에 대한 처방은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거나 보습제를 바르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현대의학으로 치료 효과를 못 본 아토피 환자들은 한약이나 식이요법 등 다른 방법으로 눈을 돌린다. 그중 하나가 대구약령시 청신한약방이 처방하는 '자금정'이다.

한의서 방약합편에 제조법이 나오는 자금정은 문합, 산자고, 대극, 속수자, 사향 등 5종의 한약재로 만드는 한의약으로 제조방법이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자금정은 본래 기능인 해독 작용 이외에도 아토피와 간 섬유화 억제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SCI급 학술지에 여러 차례 게재됐다. 지난 2019년에는 자금정의 아토피 치료 효과가 국정감사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국감에선 자금정을 예로 들며 "한약 상용화에 박차를 가해 달라"는 주문이 나왔다.

대구시와 청신한약방이 '대구약령시 대표 브랜드'로 키우려는 자금정은 그간 효과가 수차례 입증됐음에도 지금까지 식약처 품목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자금정 제품화를 추진한 대구시 의료산업기반과 관계자는 "현재의 식약처 기준에 맞춰 자금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자금정 독성자료와 조제기록서 등을 모두 확보했지만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는 답은 변함이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한의약시장이 워낙 작은 탓에 민간이 투자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국내 한의약 제조업체 관계자는 "국내 의약품시장에서 한의약의 점유율은 1~2%에 불과하다"며 "제약사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가 유리한 제네릭(복제의약품) 양약을 만드는 게 낫지, 파이가 적은 한약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인도의 아유르베다나 인도네시아의 자무 같은 전통의학은 세계로 뻗어 나가는데 한약은 규제 때문에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동약의학을 서양의학의 틀 안에 가둬놓은 현재의 법체계가 한의약의 세계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복석 청신한약방 대표는 "한약을 양약과 같은 기준에서 평가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한약은 기본적으로 독성을 법제(法製·한약의 독성과 자극성을 없애는 과정)해 효능을 추구하는 것이다"며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양약과 같은 잣대로 검증하라는 것은 한약의 특성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약과 양약을 허가하는 법체계를 분리하는 것이 한약의 상용화를 이루는 방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의약계 관계자는 "중국은 고전처방에 대한 임상을 면제하고 안전시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EU는 30년 이상 사용한 전통약물은 등록절차를 간소화하고 있다"며 "원활한 한약 제품화를 위해서는 약사법이 아닌 한약제제법을 따로 두고 필요하면 한방식약청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금정의 아토피 피부질환 치료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SCI급 학회지인
자금정의 아토피 피부질환 치료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SCI급 학회지인 '저널 오브 에드노파마콜로지(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실린 모습. 청신한약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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