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나랏빚 415조 늘려 놓고 차기 정부에 긴축 주문한 文 정부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 운용 계획안 작성 지침'을 확정·의결했다. 문재인 정부 재정 정책의 근간이었던 '적극적 재정 운용' 대신 '전면적 지출 재구조화 및 재정 운용 혁신으로 지속 가능 재정 확립'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만 재정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국정 과제를 재정에서 뒷받침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 정부의 무분별한 확장 재정 시대가 종말을 고하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겉으로는 코로나19 사태를 앞세웠지만 속으로는 정권 유지 및 선거를 염두에 뒀던 정부 재정 정책이 정상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의 재량 지출 10% 삭감에 따라 내년 예산안에서 감축되는 지출 규모가 10조 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년 동안 문 정부의 재정 정책은 무책임과 방만, 퍼주기의 극치였다. 나라 곳간이 비었는데도 초과 세수를 빌미로 나라 곳간이 채워진다며 현금 살포 등 나랏돈을 펑펑 썼다. 정부 본예산이 2017년 400조 원에서 올해 607조 원으로 급증했고, 5년 동안 추경을 10번이나 편성하면서 154조 원을 지출했다. 이 탓에 국가채무는 660조 원에서 1천75조 원으로 415조 원이나 폭증했다. 윤 정부는 1천조 원 넘는 국가채무를 떠안고 출발해야 한다.

국가 재정 상태를 엉망으로 만든 문 정부가 차기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는 내년 예산안을 두고서 지출을 줄이고, 알뜰 예산을 짜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후안무치하다. 예산 지침을 이렇듯 180도 뒤집는 행태가 경악스럽다. 임기 내내 나랏빚을 수백조 원이나 늘리며 세금을 펑펑 쓰고서는 이제 곳간이 비었다며 건전 재정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문 정부가 남겨 놓은 엄청난 국가채무는 윤 정부뿐만 아니라 두고두고 국가와 국민에 짐이 될 것이다. 이런 일을 저질러 놓고 진솔한 반성과 사과는커녕 건전 재정을 들먹이는 그 뻔뻔함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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