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 앞으로 추진될 많은 국정과제 가운데 '지역 대학 살리기'의 중요성을 손꼽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령인구감소와 인재 유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대학의 경쟁력 확보가 지방소멸을 막는 길이라는 것이다. 지역 대학의 위기 상황과 향후 대책을 살펴봤다.
◆대구시, 대학과 함께 위기극복 시작
대구시는 지난 3월 18일 시청별관 대회의실에서 '지방소멸대응, 지역사회-대학 상생발전을 위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과의 불균형, 인재 유출 등 지방소멸 위기에 지역 대학과 함께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번 용역은 오는 8월까지 5개월간 계명대 산학협력단이 맡는다. 용역의 주요 내용은 위기극복과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대구형 대학협력 대표사업의 발굴이다. 또 대학협력모델 구축을 위한 '대구글로벌플라자'의 기능과 역할을 정립하고, 대학협력 거점 공간으로의 발전방안을 마련한다. 지역사회와 대학 간 상생 협력을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도 연구한다.
연구 총괄은 김영철 계명대 교수가 맡는다. 이외에 계명대의 서정수·정진화 교수, 영남대의 박승희 교수, 대구대의 권응상 교수 등이 연구원으로 참여한다. 대구경북연구원과 대구경북학회에서도 함께 한다.
이번 연구는 도시의 발전 전략과 대학의 역할을 짚는다. 지역 산업 정책의 한계와 수도권 집중, 지역 청년 이탈, 지역 대학의 고립과 경쟁력 약화 등 현재 상황을 파악한 뒤 도시가 발전하는 데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제시한다. 미국과 유럽 등 도시와 대학이 동반 성장한 사례도 연구한다. 나아가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분석하고, 대구시의 대학 정책 방향을 도출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 대구시는 '미래인재도시 대구 만들기' 원년을 선포했고, 올해는 대구권 소재 17개 대학과 상생 협력하는 대구형 대학협력 모델 구축으로 인재의 양성‧유입, 기업 성장의 지역발전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지역사회와 대학, 지방정부가 소통‧공유‧협력을 통한 상생 협력체계를 만들어 지방소멸과 지역 대학 위기극복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위기의 지방대학…학생이 사라진다
대구시가 이 같은 용역에 나선 이유는 지방대학의 위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입학생이 감소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 충원율은 91.4%로 4만586명의 미충원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비수도권 미충원이 75%인 3만458명에 달했다.
대구경북의 대학도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구의 일반대학 입학 경쟁률은 2019년 9.3대1에서 2020년 8.8대1, 2021년 7.7대1로 하락하고 있다. 경북의 일반대학은 같은 기간 5.5대1→5.4대1→4.3대1로 경쟁률이 낮아졌다.
출생률 저하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앞으로도 입학생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만 18세인 학령인구는 2019년 59만4천 명이었지만 지난해 47만6천 명으로 감소했고, 2024년에는 43만 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00년의 학령인구가 82만7천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감소세다.
최근 10년간 지역의 입학생도 가파르게 줄었다. 대구의 일반대와 전문대 입학생은 2011년 2만8천696명에서 지난해 2만521명으로 28.5%가 감소했다. 경북의 일반대와 전문대 입학생은 같은 기간 4만9천831명에서 3만1천275명으로 37.2% 줄었다. 대구경북 대학의 전체 재학생도 2011년 35만965명에서 2021년 28만5천628명으로 18.6% 감소했다.
◆허약한 재정과 부족한 고등교육 투자
이 같은 대학의 위기는 재정위기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학교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교육·연구기관으로서의 기능도 약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특히 정부의 재정지원이 미흡하고,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이 대부분인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수도권과 지역의 대학재정 규모에서 불균형이 심각하다. 대구경북 대학의 학생 1명당 재정은 수도권 대학의 70%에 불과한 수준이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사립대학의 학생 1명당 재정이 수도권은 2천176만원인 데 비해 대구경북은 1천503만원에 그쳤다. 이 가운데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국고보조금은 수도권이 386만원인데, 대구경북은 182만원에 불과하다.
정부의 재정 투자 자체가 부족한 문제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재정은 열악하다. 'OECD 교육지표 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부문 공교육비 중 정부 재원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6%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0.9%에 못 미친다. 고등교육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1천290달러로 OECD 평균인 1만7천65달러보다 한참 적다.

◆고등교육 공공성과 책임성 강화
이 같은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에 지방대학과 고등교육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2022 제1차 고등교육 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날 국립대 총장들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김병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에게 서울대 수준으로 지역거점대학을 육성하는 국립대학법 제정 등을 제안한다.
김동원 협의회 회장(전북대 총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0개 국가거점국립대학은 지역과 국가 균형발전을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다"며 "선진국형의 고등교육 체계 구현을 향해 국가가 큰 틀에서 지원하고, 지역적·기능적으로 특화 성장하는 대학 발전전략 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협의회는 지난 대선 기간에 국립대학법 제정과 지역인재 채용의무제 개선, 국·공립대학 무상등록금제 시행, 지역 연구개발 재정 강화와 관련법 정비를 통한 지역거점 연구중심대학 육성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 2월 전국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노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도 고등교육 정책과제와 요구안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대학 무상교육과 교육복지 확대, 고등교육재정 확충과 안정적 재정기반 구축, 대학서열 해체와 고등교육 불평등 구조 해소, 사립대학의 공공성 강화, 지역 대학교육 강화와 지역균형발전 등을 촉구했다.
교육부는 매년 4조원가량을 국가장학금으로, 1조원 이상을 대학별 재정지원 사업 형식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이를 대학의 직접적 운영비로는 쓸 수 없다. 이에 대학운영비에 대한 국가의 직접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책위는 "지방대학의 위기는 대학재정 수입 감소로 인한 학교 운영의 어려움과 교육·연구기관으로서의 기능 상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 대학의 다수를 차지하는 지방대학의 문제는 지역 공동화와 지역소멸의 문제이자 지역 간 불균형한 발전의 문제이고, 지역 청년들의 문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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