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가 말했다.
"소이, 왜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슬퍼하거나, 죽으면 끝이라고 말할까? 나는 죽음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는 여정이라고 생각해."
"글쎄...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려고 해서 그럴 거야. 호흡이 끊어지면 나무토막처럼 굳어져버린 육체를 땅속에 묻거나 가루로 만들어 공기중에 뿌리거든. 그 이후로는 손으로 만질 수도, 목소리를 들을 수도, 눈으로 볼 수도 없으니까... 사람들은 영원히 이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그래 소이, 당신의 말이 맞는 것 같아. 언젠가 내게 말하기를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꿈속에서 종종 만나면, 영혼의 동반자로서 그녀로부터 큰 위로를 받는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나는 내가 어릴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엄마가 나의 소울메이트야. 그녀는 아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지금까지도 때때로 나의 삶이 벅차거나 울적해질 때마다 꿈속에 나타나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 그리고 문득문득 엄마와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그녀가 몹시도 그리워져. 소이 당신이 예전에 말했듯이, 그리움은 아름다운 사람과의 정서적 교감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우리가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분명히 사랑의 힘은 시공간을 초월하고 있어!"

그렇다. 사랑의 위력은 대단하다. 육체적 본능만이 전부인 동물의 세계에서는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오직 인간에게만 허락된 고차원적 삶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을 정서적 교감으로 이끌어내는 능력이다.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은 그리움을 부른다!
그 아름다운 에너지의 여파로 말미암아 나는 해마다 꽃피는 3월이 다가오노라면 나의 소울메이트인 외할머니를 그리워하게 된다.
미국인 친구 리차드의 꿈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나타나 지친 그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 것처럼, 나에게는 17년 전 어느 예쁜 3월에 다시금 흙이 되신 나의 아름다운 사람, 나의 사랑하는 외할머니가, 삶과 죽음의 시공간을 초월해서 외손녀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으로 내게 다가와 주신다.
그러면 나는 삶에 지친 어깨를 활짝 펴고 외할머니 당신의 푸근하고 그윽한 미소를 반기며 손을 뻗는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으로 나의 전신은 아름다운 사랑의 미소로 물들게 된다. 사랑 예찬론자이신 우리 목사님이 말씀하셨다. "죽음이 왔을 때 아쉬운 것은 사랑이 끊어지는 것이다. 산다는 것, 그것은 단지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그렇다면 우리 서로 사랑하자. 거친 세상속에서 꼭 필요하지만 탐욕과 이기심에 밀려 사라져가고 있는 선한 배려와 나눔과 인내하는 방법도, 우리 서로 사랑하며 익숙해지자.
3월의 끝자락이다. 외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또 다시 사랑을 머금은 나. 나 이제 비와 구름과 바람조차도 시샘하는 예쁜 3월을 배웅하고, 오는 길 모퉁이에서 더욱 큰 목소리로 희망을 노래하는 푸르른 4월과 만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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