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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MZ세대 가치관…지방공무원 시험 신청인원 감소로 이어졌나

철밥통보다 수평적 조직문화 선호…월급 적은데 연금도 줄어 수익 측면도 단점으로

경북도청 전경. 매일신문 DB
경북도청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시청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시청 전경. 매일신문 DB

올해 대구경북 지방공무원 공개채용 시험 신청인원이 이례적으로 감소한 원인을 두고 직장 생활에 대한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사이 출생자) 가치관 변화가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교 과목 폐지로 진입 장벽도 높아졌고 적은 월급, 줄어든 연금 혜택 등 수익성이 악화된 점도 주요 이유로 거론된다.

직장 생활에 대한 MZ세대의 가치관은 철밥통보다 수평적 조직문화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재택근무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유연한 조직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MZ세대 직장인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공무원 조직은 계급 문화가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데다 출·퇴근이 엄격하고, 민원인에게 항상 '을'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근무 환경 등이 MZ세대에게 부정적 이미지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경북도청 한 공무원은 "지난해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9급 직원이 사표를 내고 조직을 떠난 일이 있었다. 평소 조직 문화가 맞지 않고 고민했다고 한다"면서 "얼마 되지 않는 월급을 받으며 경제적 비전도 세우기 어려우니 굳이 스트레스 받으며 버틸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공무원 연금 제도가 개편돼 2016년 이후 입직자는 국민연금 수준으로 수령액이 줄어들어 힘겨운 조직 생활을 이겨낼 동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더욱이 장래 수익보다 현재의 보상을 중시하며 소비·문화 생활을 즐기려는 MZ세대의 문화가 확산하는 것도 공무원 인기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각종 구조적인 요인도 공무원 시험 신청인원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저출생의 영향으로 2030세대 인구 자체가 줄고 있어 자연스럽게 시험 신청인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과거처럼 시험 삼아 시험을 보는 소위 허수 응시생이 줄어들었다는 추측도 나온다. 올해부터 공무원 시험 고교 과목이 폐지되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진 결과가 반영됐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경북 지방공무원의 경우 23개 시군으로 분산된 데다 대구 등 도심 지역과 달리 지방 중소도시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점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경북도청이 대구 도심에서 경북 안동으로 이전한 게 경북 지방공무원의 인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경북도청의 또 다른 공무원은 "과거엔 일선 시군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뒤 도청으로 자리를 옮기면 대구에서 정착할 수 있었지만 도청 이전으로 이제는 그런 장점이 없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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