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거 아니? 아빠도 떡볶이 좋아해", 아빠와 딸이 친해지는 과정 책으로 담았다

대구시교육청, 책쓰기 프로젝트로 탄생한 도서 41권 출판
학생과 교원이 직접 저자로 책 쓰고 정식 출판까지

대구시교육청 제공
'아빠도 떡볶이를 좋아해'의 저자인 성화중 조민서 학생과 아버지 조철호 씨. 대구시교육청 제공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책은 읽는 것이지 쓰는 것이 아니다. 왠지 엄청 똑똑하고 나이도 어느 정도 먹어야 책을 쓸 수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펜과 삶이 있다면, 책은 우리의 손 끝에서 언제든 탄생할 수 있다. 독자에서 저자가 된 학생과 선생님은 책으로 탄생한 자신의 삶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다.

대구 지역 학생과 선생님이 직접 쓴 책 41권이 발간됐다.

대구시교육청은 2009년 이후 매년 책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교원 저자를 양성하고 이들의 책 출판을 돕고 있으며 지금까지 386권을 출판했다.

이번에 발간한 출판도서는 지난해 대구 초·중·고교생 및 교원을 대상으로 한 책쓰기 우수작품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작품 41권이다. 초등학교 12권, 중학교 12권, 고등학교 10권, 교원 저자 7권이다.

대구 복현 초교 어린이들이 0교시 운동장에서 맨발로 달팽이 놀이를 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구시교육청 제공

시교육청은 선정된 작품에 대해 300만원의 출판지원금을 지원하고, 저자는 자신의 책에 적합한 출판사를 선택한 후 100일 동안 출판사 편집자와 함께 글 다듬기, 제목 선정, 표지 디자인에 이르는 정식 출판 과정을 거쳤다.

출판지원 도서는 지난 3월 말부터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판매가 시작됐고 출판지원 도서 안내 목록집과 포스터는 학교, 직속기관 및 공공 도서관에 배부될 예정이다.

강은희 교육감은 "2022 교육과정에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가 학습자 주도성"이라며 "책쓰기야말로 학습자의 주도성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체계적인 지원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최선경 서동중 선생님은 교사의 자존감을 높이고, 행복한 교사가 되기 위한 기술을 고민한 결과물을 담아
'아빠도 떡볶이를 좋아해'의 저자인 성화중 김시연 학생과 아버지 김주곤 씨. 대구시교육청 제공

'아빠도 떡볶이를 좋아해'의 저자인 성화중 임경은 학생과 아버지 임흥수 씨. 대구시교육청 제공

◆ 성화중, '아빠도 떡볶이를 좋아해'

엄마와는 친하게 지내면서 아빠에겐 거리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제법 많다. 아빠도 사실 나와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살갑게 얘기하고 싶었단 걸, 책을 쓰면서 알게 됐다.

대구 성화중은 아빠와 딸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담아, '아빠도 떡볶이를 좋아해'를 출간했다.

지난해 3월 전교생을 대상으로 아빠와 자녀가 함께하는 책쓰기 프로젝트 참여자를 모집했다. 그 결과, 모두 네 쌍의 부녀가 책의 저자로 선발됐다. 11월 책 출판까지 네 쌍의 아빠와 딸은 함께 여행을 떠나거나 요리나 운동 등 취미 생활을 즐기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느낀 것을 글로 담았다.

이번 책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은이 아빠 임흥수 씨는 "책쓰기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전 '부모고사'를 치르는 중 눈물이 나왔다"며 "딸이 몇 반이고, 딸이 학교에서 가장 기쁘고 슬펐을 때는 언제인지 등 20문항 중에 답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책 출간을 통해 딸을 사랑하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많은 아빠들에게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 복현초, '개미야, 맨발놀이 할래!'

텅 빈 운동장이 처량하다. 코로나19로 등교마저 힘든 상황에, 학생들의 단체 활동도 자연스럽게 줄기 마련이다.

대구 복현초는 '운동장이 아이들을 키운다'는 신념으로 지난 3년간 '맨발걷기 학교특색사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은 등교 후 수업 전,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 맨발로 운동장을 걸으면서, 땅의 온도로부터 계절이 변하는 걸 몸소 느꼈다.

대구 복현 초교 어린이들이 0교시 운동장에서 맨발로 달팽이 놀이를 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아이들은 지난 1년간 맨발걷기를 하며 느끼고 생각한 점들을 동시로 썼고, 동시 74편을 엮어 '개미야, 맨발놀이 할래!'가 탄생했다. 책의 저자는 복현초 학생 74명이다.

'봄에 하면 따스한 맨발걷기, 여름에 하면 뜨거운 맨발걷기, 가을에 하면 시원한 맨발걷기, 겨울에 하면 차가운 맨발걷기, 맨발걷기 종류도 참 많다'는 3학년 전도원 학생의 시에서도 알 수 있듯, 학교에 오자마자 마스크를 쓴 채 친구들과 맨발로 운동장을 걷는 것은 아이들에게 일상이었다.

책을 엮은 박이화 복현초 선생님은 "이젠 아이들이 먼저 맨발놀이를 하자고 한다"며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자신의 건강을 돌보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도 배웠다. 운동장이 아이들을 많이 성장시켰다"고 했다.

◆ 서동중, '중등 학급경영'

학생과 학부모가 매 학기 좋은 선생님을 원하는 만큼, 선생님 역시 자신이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최선경 서동중 선생님은 교사의 자존감을 높이고, 행복한 교사가 되기 위한 기술을 고민한 결과물을 담아 '중등 학급경영'을 출간했다.

최선경 서동중 선생님은 교사의 자존감을 높이고, 행복한 교사가 되기 위한 기술을 고민한 결과물을 담아 '중등 학급경영'을 출간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독자들은 담임 업무의 중요성, 학급경영 철학의 필요성, 특색 있는 학급경영 사례를 읽으며 좋은 선생님이 되는 팁을 얻을 수 있다.

책에서 최 선생님은 학급 경영을 위해 가장 먼저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토대로 학급경영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철학이라고 거창한 것이 아니고, 학급에서 무엇을, 왜, 언제, 어떻게 할지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최 선생님은 "마법 같은 전략은 없고 끊임없이 매일 학생 한 명, 한 명을 살피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학급경영의 원칙과 방법을 얻게 된다"며 "많은 예비교사들이 임용고시의 관문을 뚫고 발령을 받자마자 현장에서 부딪히는 가장 큰 어려움이 '학급경영'이기에 이들을 돕기 위해 책 출간을 결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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