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취업난에 대학가 총학생회가 사라진다

출마자 없거나 투표율 미달로 학생 자치 무너지 대학 급증
경북대·포항공대 2년 연속 선출 실패로 '비대위 체제'

2022년 학생 자치를 이끌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한 경북대는 2년 연속 총학생회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게 됐다. 4일 총학생회를 꾸리지 못한 경북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2022년 학생 자치를 이끌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한 경북대는 2년 연속 총학생회장 자리를 공석으로 두게 됐다. 4일 총학생회를 꾸리지 못한 경북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취업 준비도 바쁜데 학생회를 생각할 여유가 있나요."

5일 오후 경북대에서 만난 사범대 4학년생 A(26)씨는 "총학생회 운영 상황도 모르고 지금껏 총학생회장 선거에 투표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경북대는 2년째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어문계열학과 신입생 B(24) 씨도 "요즘은 학과 내에서도 서로 교류가 별로 없고, 총학생회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고 했다.

출마자가 없거나 투표율 미달로 '총학생회 없는 대학'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캠퍼스 생활이 일상화된데다, 취업난에 따른 학내 활동 관심 저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경북대는 올해 총학생회 출마자가 없어 2년 연속으로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출마 후보가 있었지만 투표율이 선출 최소 기준인 50%는 고사하고 30%에도 미치지 못해 투표함을 열지도 못했다.

경북대 총학생회가 2000년대 이후 2018년을 제외하고는 공석인 적이 없었고, 선거철만 되면 열띤 유세전이 벌어졌던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평가다.

경북대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학생들이 대학 생활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 학생들이 총학생회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도 상황은 비슷하다. 포항공대는 지난해와 올해 총학생회 입후보자가 없었고, 대구가톨릭대도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23.1%에 그쳐 총학생회를 구성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청년들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열린 교내 취업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기업체가 제공하는 직무 정보 관련 토크콘서트에 참가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매일신문DB
코로나19 장기화가 청년들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열린 교내 취업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기업체가 제공하는 직무 정보 관련 토크콘서트에 참가하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매일신문DB

수도권 주요 대학들도 후보자 미등록이나 투표율 미달로 학생회 구성에 실패하는 경우가 잦다.

지난달 말 기준 서울대·연세대·서강대·중앙대·서울시립대·건국대·동국대·홍익대·이화여대·국민대 등 10개 대학이 2022학년도 총학을 구성하는데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대와 이화여대는 입후보 요건인 추천인 숫자를 채우지 못해 '후보자 미등록'으로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될 정도였다.

이처럼 총학생회 부재가 이어지면 학생 자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하면 단과대 학생회가 모여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지만 한계가 분명해서다.

별도의 조직을 갖춘 총학생회에 비해 규모가 턱없이 작고 대표성도 떨어져 의미있는 활동을 펼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박건우 경북대 임시 비대위원장(자연과학대 학생회장)은 "비대위원들이 최소한의 역할은 책임감을 갖고 하겠지만 비대위 체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총학생회처럼 학생들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거나 적극적인 소통으로 보다 나은 학교생활을 도모하기는 무리"라고 진단했다.

대학 구성원들이 '총학생회 없는 캠퍼스'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가톨릭대 학생처 관계자는 "총학생회의 부재는 학생 자치가 무너지는 것이라 인식해야 한다"면서 "학교 차원에서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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