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역지침 며칠 사이 변경…언론 통해 알기도"

"불명확한 방역 지침, 현장 고려도 없다"…코로나19 대응 일선 보건소의 고충
지침 시달되고 다음날 바로 시행… "민원 쇄도해 업무 집중 어려워"
툭 하면 야근에 약 배달까지 맡아야 하는 보건소 공무원들

지난달 24일 오전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의료진들이 검사 대상자를 기다리며 스트레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오전 광주 북구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의료진들이 검사 대상자를 기다리며 스트레칭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3년 차에 접어든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 대응하는 보건소 직원들 사이에선 중앙정부의 방역지침을 두고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갑작스럽게 바뀌는 지침으로 업무 혼선이 빚어지고, 현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밀어붙이기식 매뉴얼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갑작스러운 방역지침 변경…일선 보건소는 "벼락 맞은 느낌"

지난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약 2년 2개월 만에 누적 확진자 1천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900만명은 44일 동안 확진된 수치다. 지역의 보건소 관계자들은 급증하는 확진자로 고된 것도 있지만 중앙정부의 미흡한 행정이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선별진료소 직원 A씨는 코로나19 검사 지침이 갑작스럽게 바뀌어 업무가 마비될 뻔했다고 털어놨다. 대구에서는 지난 2월 3일 기존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신속항원검사가 추가된 바 있다.

A씨는 "정부에서 신속항원검사는 오미크론 확산지역인 경기도와 광주 등 일부 지역에 우선 실시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며칠 뒤 대구에서도 실시된다는 소식에 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며 "검사소를 별도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텐트부터 책상 등을 새롭게 준비해야 했고, 설 명절을 앞두고 관련 업체를 부르는 게 쉽지 않았다. 속수무책이었고 미친 듯이 몸만 움직였다"고 말했다.

보건소에서 행정‧서무 업무를 보는 B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2개월 전 자가격리 기간이 10일에서 7일로 단축됐는데, 지침이 시달된 지 하루 만에 시행돼 혼선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B씨는 "자가격리 기간이 한번 단축되면 기존 확진자들의 격리기간을 일일이 수작업해야 하는 데 지침이 너무 임박하게 내려왔다"며 "확진자들의 민원도 쇄도해 업무에 집중하기도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민원인에 욕먹고…야근에, 약 배달까지

지침이 보건소에 제때 공유되지 않는 것 또한 문제다. 지침을 받기도 전에 언론에 먼저 발표될 경우 민원인 응대에 어려움이 크다.

보건소 관계자 C씨는 "최근 동네 병‧의원의 신속항원검사만으로도 확진자로 분류된다는 지침이 언론을 통해 먼저 발표됐다"며 "보건소 직원들이 언론 보도만으로 민원인들에게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정확한 지침이 나오면 연락드리겠다'고 말했지만 되레 욕을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지침이 업무난을 가중하기도 한다. 인력이나 시간이 제한적이지만 지침상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보건소 관계자 D씨는 "일가족 확진자들에게 약을 배송하는 택배사가 있었는데도 팍스로비드(코로나19 치료제)는 비싸다는 이유로 보건소 직원들이 직접 배송해야 했다"며 "보건소 안에서도 일이 많아 야근이 잦은데 배달까지 맡았다 보니 불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보건소 직원들의 고충은 수치상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한국행정연구의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중앙-지방 간 방역기능 재설계 방안'(윤형근‧권향원 외)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은 전국 시군구 보건소 근무자 368명을 대상으로 중앙정부의 코로나19 방역 활동 지원의 문제점 3개를 꼽도록 했다.

응답자들은 '불명확한 대응 지침'을 78.5%(1순위는 33.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지역의 수요보다 느린 대응(63.6%, 1순위 21.7%) ▷지역의 특수성 이해 부족(58.7%, 1순위 28.3%) ▷'부처 간 의사결정 혼선'(50.8%, 1순위 6.8%) ▷정보공유 미흡(46.7%, 1순위 9.0%)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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