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향사'와 '퇴계위패 철패'로 유림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호계서원(虎溪書院·경북도 유형문화재 제35호)이 복원·복설 이후 중단됐던 향사를 열고 유림의 화합을 위한 역할에 나서기로 했다.
호계서원운영위원회는 3일 지난해 9월 30일 상계문중운영위원회와 퇴계 후손들이 서원 사당인 존도사에 복설됐던 퇴계 선생 위패를 밖으로 모셔가 '불태워 땅에 묻는' 소송(燒送)에 나선 이후 첫 향사례를 봉행했다.
이날 춘계향사에는 전국에서 종가 종손, 유림 어르신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서애·학봉·대산 등 세 분에게 술과 음식을 올리고 고유했다.
향사례 봉행에 앞서 열린 회의에서는 호계서원 관리·운영을 위해 영남지역 문중·종가 후손들로 구성된 양호회 김청한 회장이 참석 유림들의 공의로 '호계서원 원장'으로 추대됐다.

이날 향사는 초헌관에 김청한 호계서원 원장, 아헌관에는 귀암종택 이필주 종손, 종헌관에는 류해붕 전주류씨 안동종친회장이 맡았으며, 축은 김항회 대구화랑 대표가 추대돼 봉행했다.
이날 향사가 끝난 후에는 한국고문헌연구소 서수용 소장이 호계서원과 관련한 문헌을 소개하고 121년 전 신축년에 빚어졌던 도산서원 퇴계 선생 위패 분실 사고 때 유림들의 대응 등에 대한 학술발표가 이어졌다.
'도산서원묘변시일기'에는 1901년 신축년 11월 1일 진시(오전 7~9시)에 묘지기 삼준에 의해 300여 년간 도산서원에 봉안됐던 퇴계 선생 위패가 도둑맞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12월 22일까지 52일 동안 전국 유림들은 걱정과 비통함으로 찾아오고 복원을 위한 부조금을 보내오는 등 일련의 내용들이 기록돼 있다.
당시 위패 도난이 확인되면서 하루도 지나지 않아 '지패'(紙牌·종이에다 글을 쓴 위패)를 임시로 모셨으며 유림 전체가 자신들의 일처럼 안타깝게 여기면서 결국 임금(고종)이 새 위패를 내려주었을 정도다.

당시 퇴계 종손은 동몽재에 노숙하면서 잘못을 고했고, 예안현감을 비롯해 책임자들은 앞다퉈 자신의 처벌을 상소하는 등 유림들의 책무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서수용 소장은 "120년 전 퇴계 위패가 사라졌을 때와 같은 사건이 지난해 9월 30일 빚어졌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유림들의 대응과 책임감은 사뭇 다르다. 갈등과 반목보다는 서원의 기능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서로 화합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업 호계서원운영위원장은 "호계서원 위패 복설은 종손 및 유림들과 오랜 협의를 통해 정해진 사항"이라며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김청한 호계서원 원장도 "호계서원의 복설과 향사는 해묵은 영남유림 갈등을 해소하고 유림 간의 화해와 상생의 상징이다. 유림들의 또 다른 시비로 지역사회가 멍들지 않도록 소통과 화합의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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