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마지막 석 장의 본선 진출 티켓을 누가 거머쥘까 하는 것이었다. 1986년부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음에도 매번 월드컵마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경우의 수'라는 문제를 풀어야 했기에 비교적 약체와 한 조가 되길 바라는 습관성 기원(祈願)이 근저에 깔려 있기도 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본선 진출 가능성이 보이면서 묘한 응원 심리가 발동했다. 전쟁의 참화를 겪으며 국민적 결속력이 극대화돼 있는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자국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은 단순한 스포츠 제전에 참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다. 스포츠 경기의 선전(善戰)은 국민들의 일체감 앙양과 재기(再起)에 큰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1998년 IMF 외환 위기 때 우리 역시 경험했다. 당시 20대의 골프 여제 박세리, 메이저리거 박찬호는 자신감, 자긍심 세트를 배달해 줬다.
우크라이나와 월드컵의 인연은 단 한 번이었다. 강렬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에서 8강까지 올라갔다. 2004년 발롱도르 수상자 안드리 세브첸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카타르행을 낙관하긴 어렵다. 6월 연거푸 두 나라를 물리쳐야 한다. 스코틀랜드에 승리한 뒤 웨일스까지 이겨야 한다. 지난달 열릴 예정이던 경기가 전쟁 탓에 연기된 것이다. 훈련량 부족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럼에도 희망 회로를 돌릴 수 있는 까닭은 이들이 품을 '간절(懇切)함' 때문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지난 2월 영국 가디언에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 전쟁에서 이미 패배한 이유'라는 기고문을 썼다. "국가는 궁극적으로 이야기 위에 만들어진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앞으로 어두운 시대가 끝나고 난 뒤, 위 세대가 아래 세대에 전할 스토리를 늘려가고 있다"라는 데 방점이 찍혔다.
확신컨대 카타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두 경기에서 우크라이나는 11명의 세브첸코가 뛸 것이다. 나라를 지켜낸 뒤 가슴에 붙인 자국기가 스테로이드가 될 것이다. 오래도록 반복해서 말하고 들어도 질리지 않을 그런 이야기를 기다린다.
розвеселити Україну! (힘내, 우크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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