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출 코리아’ 위상 흔들리는데 文은 3월 수출 실적 자랑

문재인 대통령이 "3월 수출이 634억1천만 달러로 1965년 무역 통계 집계 이래 월 수출액, 일평균 수출액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며 "우리 경제가 무너졌다고 하면 수출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기업들이 섭섭할 것"이라고 했다. SNS에 "우리 경제가 무너졌다는 말이 사실일까요?"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글을 올려 이처럼 주장했다. 임기 말 문 정부의 경제 실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수출 지표가 양호하다는 점을 앞세워 반박한 것이다.

문 대통령 언급처럼 3월 수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은 맞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3월 무역수지 적자 불명예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야기한 공급난 심화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무역수지가 1억4천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충격이 한국 경제의 근간인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흔들고 있다.

더 큰 우려는 우리나라 수출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동아시아 주요국의 최근 10년간 수출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수출액이 16.1% 늘어나는 동안 대만과 중국은 각각 99.1%, 77.0% 급증했다. 한국의 수출액 증가율이 대만의 6분의 1, 중국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세계 전체 수출에서 한국의 수출 점유율은 3.1%에서 2.9%로 하락한 반면 중국은 10.5%에서 15.1%로, 대만은 1.2%에서 2.0%로 상승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정부 인사들은 5년 내내 유리한 통계만을 앞세워 자화자찬을 하면서 불리한 통계는 철저하게 외면했다. 이런 탓에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정책이 헛발질하기 일쑤였다. 임기 마지막 순간에도 문 대통령은 3월 수출이 역대 최고라는 점을 내세워 경제 실패가 아니라고 강변했을 뿐 14년 만의 3월 무역수지 적자, 경쟁력을 잃어가는 수출에 대해서는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 견강부회, 자화자찬으로 경제 실패가 아니라고 우기는 문 대통령의 몸부림이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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