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태형의 시시각각] <92> 퍼머컬처 (Permaculture) 꿈꾸는 나뭇잎 밭

강원도 영월의 산자락 9,917㎡(3천평)에 자연의 패턴, 나뭇잎 모양으로 디자인한 밭에서 청년들이 일손을 멈추고 드러누워 봄볕을 즐기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 퍼머컬처를 꿈꾸는 김지현(35·밭멍 대표) 씨가 작물 70여 가지를 자연의 순리를 이용해 생태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maeil.com
강원도 영월의 산자락 9,917㎡(3천평)에 자연의 패턴, 나뭇잎 모양으로 디자인한 밭에서 청년들이 일손을 멈추고 드러누워 봄볕을 즐기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업, 퍼머컬처를 꿈꾸는 김지현(35·밭멍 대표) 씨가 작물 70여 가지를 자연의 순리를 이용해 생태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maeil.com
밭멍 사무실에 게시된
밭멍 사무실에 게시된 '나뭇잎 밭' 작물 재배 배치도. 엽체·과체·식용 꽃 등 70여 가지 작물이 서로 상부상조하도록 섞어짓기로 배치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전량 로컬푸드로 소비한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김지현 밭멍 대표(오른쪽)와 에코(왼쪽)가 나뭇잎 밭에 재활용한 팔레트와 개망초대를 이용해 오이 등 넝쿨작물 지지대를 만들고 있다. 대구 칠곡이 고향인 에코는 체험차 이곳을 찾았다가 눌러앉았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김지현 밭멍 대표(오른쪽)와 에코(왼쪽)가 나뭇잎 밭에 재활용한 팔레트와 개망초대를 이용해 오이 등 넝쿨작물 지지대를 만들고 있다. 대구 칠곡이 고향인 에코는 체험차 이곳을 찾았다가 눌러앉았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나뭇잎 밭에 파릇 파릇 싹이 돋아난 톱풀. 깊게 내린 뿌리로 땅속 미네랄을 잘 퍼 올려
나뭇잎 밭에 파릇 파릇 싹이 돋아난 톱풀. 깊게 내린 뿌리로 땅속 미네랄을 잘 퍼 올려 '광부식물'로 알려진 톱풀을 척박한 자갈밭 곳곳에 심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나뭇잎 밭에 새싹이 돋아나자 청년들이 겨우내 보온재로 덮어둔 건초를 걷어내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나뭇잎 밭에 새싹이 돋아나자 청년들이 겨우내 보온재로 덮어둔 건초를 걷어내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나뭇잎 밭에 심을 작물 종류별 파종 방법과 시기를 기록한 작물 재배 캘린더.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나뭇잎 밭에 심을 작물 종류별 파종 방법과 시기를 기록한 작물 재배 캘린더.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김지현 밭멍 대표(오른쪽)와 에코(왼쪽),낸또(29)가 밭멍 사무실에서 봄 작물 파종, 농장 리모델링 등에 대해 밤늦도록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김지현 밭멍 대표(오른쪽)와 에코(왼쪽),낸또(29)가 밭멍 사무실에서 봄 작물 파종, 농장 리모델링 등에 대해 밤늦도록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나뭇잎 밭 볏짚 의자에서 휴식하며 활짝 웃는 김지현 밭멍 대표(앞 오른쪽)와 에코(앞 왼쪽), 넨또(뒤 왼쪽),자루(뒤 오른쪽). 농장을 함께 운영하는 스태프. 스태프 5명 중 2명(산,건빵)은 휴가를 떠났다. 이들은 이처럼 서로 예명으로 부른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나뭇잎 밭 볏짚 의자에서 휴식하며 활짝 웃는 김지현 밭멍 대표(앞 오른쪽)와 에코(앞 왼쪽), 넨또(뒤 왼쪽),자루(뒤 오른쪽). 농장을 함께 운영하는 스태프. 스태프 5명 중 2명(산,건빵)은 휴가를 떠났다. 이들은 이처럼 서로 예명으로 부른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첩첩산중인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304번지 일원에 자리한 나뭇잎 밭.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첩첩산중인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304번지 일원에 자리한 나뭇잎 밭.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나뭇잎 밭 입구에 세운
나뭇잎 밭 입구에 세운 '밭멍' 깃발이 봄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내덕리 첩첩산중.

인적 드문 비탈밭에 한 무리 청춘이 떴습니다.

흙 반 돌 반, 자갈투성이 밭을 내려다보고 서야

세상에서 제일 큰 '나뭇잎' 이란 걸 알았습니다.

일하나 싶더니 봄볕에 벌러덩 드러누웠습니다.

일명 밭멍. 밭에서 멍 때리는 타임입니다.

구름만 두둥실, 귓가엔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뿐.

이랑마다 쑥쑥 내민 초록 싹에 벌써 뿌듯해집니다.

경적 소리 벨소리, 쳇바퀴 같았던 아스라한 일상들….

몸은 힘들어도 이리 행복한 적이 없었습니다.

잘나가던 도시 직장을 관두고 10여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김지현(35·밭멍 대표) 씨. 지난해 4월

9,917㎡(3천 평)에 골을 타고 '나뭇잎'을 그렸습니다.

"농약도 비료도 없이? 나뭇잎 밭? 농사가 장난이냐?"

엄마부터 뜯어말렸지만 다 생각이 있었습니다.

우거진 숲, 부엽토에서 흘러드는 빗물은 영양 덩어리.

한방울도 아까워 겹겹이 나뭇잎 고랑에 가뒀습니다.

진딧물, 배추흰나비가 득달같은 케일. 그 가장자리엔

이들을 내쫓는 식물 메리골드·바질로 싹 둘러, 지난해

보기 좋게 수확하자 그재서야 엄마는 무릅을 쳤습니다.

딸기 옆엔 응애를 쫓는 차이브를, 장마철이면

툭툭 갈라 터지는 토마토 곁엔 물을 쭉쭉 빠는 바질을,

무더위에 약한 땅콩은 그늘 좋은 가지가 도왔습니다.

긴 뿌리로 깊숙한 땅속 미네랄을 잘도 퍼 올리는

'광부식물' 톱풀은 땅심을 키우는데 그만이었습니다.

엽체·과체·식용 꽃 등 키우는 종류는 무려 70여 가지.

갖가지 작물이 한데 어우러지니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식물도 재능 기부로 베풀고 어려우면 서로 도왔습니다.

꼬이는 해충은 천적인 익충과 새들을 불러들여, 스스로

위계질서를 만들며 상부상조의 '길드'를 완성했습니다.

"지구는 스스로 생존 능력을 지닌 살아있는 생명체".

1978년 가이아(GAIA) 이론을 설파한 영국 옥스퍼드대

제임스 러브록 교수는 2006년 <가이아의 복수>에서

한 세대 만에 '인간에 의한 자정 능력 상실'을 경고했습니다.

대량 생산을 쫓는 무차별 농법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자연의 순리를 이용한 생태 농법, 지속 가능한 농업,

퍼머컬처(Permacultuer)를 당차게 꿈꾸는 나뭇잎 밭.

기후위기에 자연의 힘을 믿고 결단한 게 옳았습니다.

젊은 여장부 곁엔 함께하는 청년이 다섯이나 있습니다.

나뭇잎 밭 입구 '밭멍' 깃발도 봄바람에 신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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