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가 격변기를 맞고 있다. 대학마다 학과 구조조정이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예언을 피하려는 몸부림이다. 전도유망한 학과는 신설하고 정원을 늘린다. 반대로 비인기 학과는 없애거나 통폐합한다. 남기더라도 정원을 줄인다. 학생들의 자치 기구로 오랜 기간 자리매김했던 총학생회도 소멸하는 중이다. 총학생회 선거를 치르지 못한 곳이 부지기수다. 시대적 흐름이라면 거스를 수 없는 노릇이다.
총학생회의 소멸은 예고된 지 오래다. 학생운동의 흔적이 남아 있던 1990년대부터 학생회 무용론은 있었다. 새로운 것도 아니다. 후보자 미등록, 투표율 미달이 일반적이다. 언로의 다변화가 총학생회 소멸의 불을 댕겼다. 총학생회가 아니어도 요구 사항을 관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총학생회는 시대 흐름을 읽지 못했다. 대형 축제에 집중하거나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데 더 적극적이었다. 정체성을 스스로 지워 나간 것이다.
일부 대학은 스스로 변화를 꾀한다. 학과 구조조정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계명대는 작곡 전공 모집을 중지하기로 했다. 한강 이남 최고의 예술 관련 학과를 보유했다는 자부심이 있던 대학이다. 과거의 명성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인문학의 핵심인 영어영문학과는 물론 기초 과학의 뿌리인 수학, 화학 전공 정원은 줄인다. 반면 실버스포츠복지 전공, 웹툰 전공 등은 신설했다. 경북대도 정원 60명 규모의 인공지능 전공을 신설한다.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변신으로 읽힌다.
학생 수 감소는 예측의 영역에 있었다. 2000년 수능 응시 인원은 90만 명에 육박했다. 현재는 50만 명 선이 무너졌다. 대학도 절반이 정리됐어야 한다. 전문직이 아니라면 대학 간판의 필요성을 수긍하기 어려워하는 시대다. 영원불변한 것은 없다. 변화는 필수다. 다만 기초 학문 수련장으로서 대학의 역할은 유효하다. 상아탑으로서의 기능은 대학 본연의 임무다. 더 공고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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