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다."
이인화 소설가(전 이화여대 교수)가 4일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포스트 인터넷, 메타버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계기로 더 빨라졌다"면서다. 그는 "본질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라며 "앞으로 메타버스를 하는 건 생존의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를 따르기만 하면 될까. 이에 대해 이 소설가는 미디어 추수주의(맹목적으로 남의 뒤만 따르는 태도)의 함정을 지적했다. 가령, 현실의 백화점에서 에르메스·루이비통 등 명품 구매를 위해 소비자들이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하는 건 '리얼'이라는 믿음에서다. 메타버스가 아무리 높은 화질의 이미지를 이용해도 결국 가짜라는 인식을 탈피하지 못하면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소설가는 "이렇게 되면 현실에서의 고객 만족감 등의 가치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역발상이 중요한 이유다. 이 소설가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전도시키는 것이야말로 메타버스"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 서원인 영주 소수서원의 예를 들면서 "현재 시점에서 소수서원은 과거 '학문은 출세의 수단이 아닌 인격 완성의 수단'으로서 활성화된 서원이 아닌 점에서 퇴락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중앙 정치권력과의 단절'을 의미한 서원은 현재 소수서원이 있는 지리적 위치에는 없다 등 아이디어를 메타버스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진짜처럼 보이게 스토리텔링하고 적절한 세계관·보상 체계 등을 넣어야 한다는 얘기다.
메타버스 시대에 앞으로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이 소설가는 메타버스가 성공하려면 '탈중앙화된 자율적 조직'이 잘 구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독립된 각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 회사 등이 이뤄 메타버스가 만들어지는데. 기업 나아가 개인이 이 생태계 안에서 살아가게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메타버스 안에서 경제활동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쌀먹(가상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번다는 신조어) 네트워크'에 비유하면서 "이게 없으면, 메타버스 공간 안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 대부분 의식주·안전·소속감 없이 막연한 장소·사람을 찾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설가는 메타버스 시대에 대구경북의 미래도 걱정했다. 그는 "대구는 전통적인 섬유·에너지·기계 등 산업에 역점을 두다 보니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데 둔감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새롭게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플랫폼 정부를 압축하면 인공지능(AI)·데이터 두 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에는 데이터 회사나 AI 모델 회사가 거의 없다. 앞으로 정부가 관련 사업에 예산을 더 많이 투입할 건데, 대구경북에서 얼마만큼 예산을 소화해 지역 발전의 모멘텀으로 삼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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