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지난해 조성한 이동노동자 쉼터가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새벽 시간에 운영돼 대리운전 기사들의 전용 쉼터에 머물고 있고, 주차 공간이 없어 택배기사나 퀵 배달기사 등은 이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수성구 범어동과 달서구 장기동 등 2곳에 이동노동자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수성 쉼터와 달서 쉼터는 각각 159㎡, 193㎡ 규모로 공용휴게실과 여성휴게실, 상담실, 커뮤니티실 등을 갖추고 있다. 연간 유지비는 임대료와 인건비 등 3억 원이 든다.
이동 노동자는 업무 장소가 고정돼있지 않고 이동하면서 이뤄지는 노무 종사자를 말한다. 대리운전 기사와 택배 및 배달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 종사자 등이 해당된다. 대구의 이동노동자는 2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직군은 다양하지만 정작 이용자는 대리운전 기사들에 집중돼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1일 기준 쉼터의 누적 이용자 수는 4천140명이다. 이 가운데 대리운전 기사는 3천800명으로 91.7%에 달한다.
실제 지난달 30일 오후 6시쯤 수성 쉼터에서 확인한 이용자 출입명부는 모두 대리운전기사로 채워져있었다. 같은날 방문한 달서 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는 쉼터의 운영 시간이 대부분 대리운전 기사의 업무 시간과 겹치기 때문이다. 쉼터 운영 시간은 오후 2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 30분까지다. 개방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이동노동자는 사실상 이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학습지 교사 A(55) 씨는 "취지는 좋지만 보통 정오부터 수업을 준비하는 학습지 교사들이 쉼터를 이용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험설계사 B(50) 씨도 "보험 업계는 오전 9시부터 움직이고 오후 4시에는 사무실에 들어간다"며 "퇴근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때 쉼터를 찾는 이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토바이나 화물차를 이용하는 배달기사들은 쉼터에 주차 공간이 없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퀵서비스 기사 C(32) 씨는 "쉼터가 달구벌대로 주변에 있더라도 주차공간이 없으면 오토바이를 타는 기사들은 이용하기 쉽잖다"면서 "다른 곳에 주차하고 쉼터를 찾더라도 도난 문제로 마음 편히 쉴 수도 없다"고 우려했다.
대구시는 쉼터 운영이 아직 초기 단계인만큼 당장 운영 시간을 조정하면 혼선이 가중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향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인력을 추가 채용해 운영 시간을 늘릴지 결정할 것"이라며 "주차장을 조성하기엔 예산 부담이 있어서 쉼터의 거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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