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고, 1991년 지방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지방자치가 본격 부활 된 이후, 벌써 30년이 넘었다. 지역 현안을 주민들이 결정한다는 자치개념이 현재는 분권과 균형발전 분야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출산율 저하로 시작된 인구 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이 지방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연구(2021년)에 따르면 229개 지자체(시군구 단위) 중 2019년 93곳, 2020년 105곳, 2021년에는 108곳(47.2%)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다. 농촌뿐만 아니라 광역시의 일부 지역까지 경고장을 받은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자체는 출산 장려, 인구 유입를 위한 각종 아이디어와 경제적 유인책을 꾸준히 제시하여 왔다. 이는 주민들이 선호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지역에 거주하게 된다는 티부(Tiebout)의 '발에 의한 투표(Voting with the Feet)'처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각 지자체가 쏟아내고 있는 정책들이 자칫 유사성과 현장 괴리감으로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으며, 중복성으로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경우에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것이다.
지역소멸, 불균형 발전이라는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주체 간 소통(疏通)과 거버넌스적 방법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 사상가인, 한비는 한비자(韓非子)의 세난(說難)에서 유세, 즉 소통의 어려움을 이렇게 표현하였다. "무릇 유세의 어려움은 나의 지식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또한 나의 언변으로 상대방에게 내 의사를 완전히 전하기 어렵다거나, 나의 의견을 충분히 납득시키기 어려운 데 있는 것도 아니다. 유세의 어려움은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의 마음 속 품은 뜻에 나의 의견을 맞추어 넣기가 어렵다." 고 했다.
지식과 언변보다는 상대방의 심중을 파악하여 거기에 맞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이다. 언변도 없고 말더듬이였던 한비는 명석한 두뇌로 글을 통해 사상과 논리를 발전시켰으나, 친구 이사의 질투와 모함으로 결국 죽임을 당한다.
한비의 죽음이 소통(유세)의 어려움을 알렸듯이,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불통(不通)의 벽을 허물기는 쉽지 않다. 하물며 이해관계가 있는 개인 또는 집단 간의 경우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국민, 정부, 지역 간의 소통을 위해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이해, 공감, 합의 등 '양방향' 소통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즉, 지역과 지역, 지역과 중앙정부, 주민 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소통으로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 간 연계를 통한 거버넌스적 방법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별 지자체보다는 유사성을 지닌 지자체 간 연대, 협력의 공동 대응이 더 효과적 수 있다. 예를 들어 경북도청을 매개로 한 예천과 안동이 함께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유사성의 합은 대응성, 효과성을 배가시킬 수 있다.
서대구 KTX 역사가 착공 3년 만에 지난 3월에 개통되었다. 그리고 대구권 광역철도, 대구 산업선, 신공항 및 대구경북선, 대구~광주 달빛고속철도까지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획기적인 철도망 확충은 우리나라 남부권의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대구를 중심으로 한 주변 지역 간 공동노력이 이러한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여 지역균형 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지방의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듯하다. 또한 2년 전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중앙정부 차원의 통일된 대응과 함께 지역에 보건복지기능 강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의 필요성이 더욱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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