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5일 "(한국의) 여성인권이 꼭 불평등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오늘날 여성의 지위가 과거보다 나아진게 없다고 여기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은?' 주제로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유엔 양성불평등지수(GII)에서는 한국이 189개 조사 대상 국가 중 11위고 아시아에서는 1위"라며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상 한국의 성별격차지수(GGI)가 156개국 중 102위로 낮긴 하지만 20년 동안 세계 1위를 유지 중인 자살률만큼 심각한 지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 부처의 신설 필요성을 강조하며 "여성의 인권만을 생각하고 가부장주의 타파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임하는 미래는 여성 인권보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는 부처의 신설이 필요하다"며 "성평등 정책은 성평등위원회에서 담당하는 대신 인구정책, 자살방지, 아동학대방지 등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어젠다를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이 교수가 언급한 GII와 GGI 지수의 큰 격차는 이전부터 한국 성평등을 논할 때 거론됐던 문제다.
사실상 북유럽 국가와 비슷한 높은 양성평등수치를 보이는 GII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주로 모성사망 비율과 청소년 출산율,중등교육 이상 교육비율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의 높은 의료 수준 덕에 한국의 임신·산부 사망 비율이 낮고, 특유의 교육열과 청소년 출산을 금기시 하는 분위기 등 특수성에 기인, 이 지표가 실제 성평등 여부를 판단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반면, 한국이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GGI지수는 '경제 참여 및 기회' 부문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유사업무 임금 성비, 추정소득, 관리직 비율, 전문직 비율' 등을 따져 성별 격차를 본다. '교육적 성취' '건강과 생존' '정치 권한' 성별 격차도 평가 기준이 된다.
이 교수는 여성가족부가 지난 20년간 호주제·친고죄 폐지, 디지털성범죄 피해 영상물 삭제, 청소년보호체계 구축, 모성보호 3법 도입 등 여러 성과를 냈다고 인정하면서도 많은 이익집단이 여가부 산하에 머물고 있으며, 이들 집단에 국고를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고지원으로 횡령과 유용이 발생해도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국민들의 비판을 받는 가장 큰 부분"이라며 "예산의 공정한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가부 폐지 대안으로는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두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여가부 업무를 고용노동부 여성정책과, 경찰청 여성안전기획관, 법무부 피해자지원국 등에서 수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차선으로는 미래가족부 신설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도 했다.
여가부 업무, 타부처 이관에 대해서는 당장 반론이 나왔다. 다른 부처로 전면 흡수 시 여가부 고유업무가 비주류 업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복실 전 여가부 차관은 이날 토론에서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피해자 업무 보호는 성인지 관점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해자 처벌에 방점이 있는 법무부로 이관한다면, 피해자 권익 보호가 소홀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차관은 "실질적 양성평등을 위해 남성이 소외되지 않도록 여성 정책 패러다임을 양성평등으로 전환하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주제·대상별로 기능과 정책을 통폐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아동·청소년·가족을 위한 일원화된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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