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환갑을 맞이한 후배로부터 미술 전시회 초대장이 왔다. 그동안 자잘한 전시회를 열었지만 차마 초대를 못 했다며, 이젠 유명 갤러리의 전시회이기에 초대를 한다는 부연 설명도 곁들였다. 내 일처럼 기쁜 마음으로 개장일에 맞춰 전시회를 찾았다. 20여 호 남짓한 그림 30여 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동안 후배의 애쓴 흔적들이 역력했다.
내 눈엔 하나같이 정성스러운 작품으로 보였다. 후배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끝에 결국엔 경제적인 얘기로 이어졌다. 그동안 공들인 노력만큼이나 그림들이 쏠쏠하게 팔렸으면 하는 바람이 엿보였다. 개중에 필자의 취향에 맞는 그림 한 점 주문하고 나오면서, 얘기 내내 해주고 싶었던 말을 차마 못 한 게 꺼림칙했다. 다만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하고 싶었던 얘기를 대신 풀어낸다.
"혹시 NFT라는 말을 들어봤니?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대체 불가능 가상자산'이라는 뜻이야. 즉, 저작권자의 유일한 자산으로 어떤 것과도 대체될 수 없는 '디지털 상품'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어. 예를 들면 마이클 조던이 신던 농구화나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 같은 그림들은 유일무이한 물품 혹은 작품이잖아. 다만 농구화나 모나리자가 오프라인 세계의 물품들이라면 NFT는 디지털로 변환, 블록체인에 등록돼 거래가 이루어지고 '권리등기증'에 생성일, 소유권 및 판매 이력 등이 모두 기록이 되어서 보관이 된대."
"NFT는 그림이나 이미지, 캐릭터, 동영상, 게임 등의 콘텐츠 중심으로 거래되고, 나중엔 디지털 부동산이나 건물에도 적용이 확대된대. 손쉽게 NFT를 제작 사이트에서 만들고 경매 플랫폼에 자신의 디지털 작품을 직접 경매에 부칠 수도 있어. 그러니 후배도 지금까지 그린 그림을 디지털로 변환시켜 디지털 가상 자산으로 만들어 봐. 그러면 그 가치가 어떻게 바뀌어서 어떤 수익을 낼지 아무도 몰라."
"실례로, 서로 다른 캐릭터 1만 개를 그려서 디지털 경매에 부쳤더니 2억 원에 낙찰되는가 하면, 토끼 캐릭터 하나가 역시 2억 원에 팔리는 실정이야. 또 5천 일, 15년간 매일 만든 디지털 작품들을 하나로 모은 디지털 아트가 우리 돈 780억 원에 팔렸어. 이렇듯 NFT 시장이 2020년엔 6천756만 달러였는데, 작년 한 해에만 112억9천738만 달러로 약 170배 성장을 했대."
"NFT는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 시대에 미래의 화폐 수단이 될 거야. 물론 투기니, 거품이니, 신기루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더욱더 확대되는 비현실적인 현실 속에 우린 살아야 한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세상은 나 자신도 모르게 바뀌어 간다. 예술적인 혼을 불어넣고 작품마다 영혼을 불사르는 오프라인의 아날로그 예술가들에게 이 NFT는 어떻게 보일까. 즉흥성과 아이디어, 예술성보다 가치 중심적인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의 예술가들은 고민이 더 늘지 않았을까. 기존에 해오던 방식대로 아날로그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나이 불문하고 시류에 몸을 던져 '도깨비놀음' 같은 디지털 세상으로 뛰어들 것인가.
후배는 비록 경제적인 고민은 많지만, 아날로그 세상의 마지막 파수꾼처럼 보여 마치 뜬구름 같은 얘기를 나는 망설여야 했다. 후배의 정신은 그 어떤 세파와 시류에도 굳건해 보였기에 NFT라는 전혀 허무맹랑치도 않는 허무맹랑한 얘기를 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각자가 정한 가치대로 살면 그게 바로 후회 없는 삶이 되리라 믿는다. 어떤 가치든 '대체 불가한 후회 없는 가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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