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두 날개가 있어야 난다. 비행기도 마찬가지. 예외가 있긴 하다. 1983년 이스라엘 공군의 F-15 전투기는 모의 공중전 훈련 도중 A-4N 공격기와 충돌, 한쪽 날개를 완전히 잃고도 10여㎞를 날아 기지로 귀환해 놀라움을 안겼다. 하지만 이처럼 극적인 사례를 일반화할 일은 아니다. 날기 위해선 양 날개가 필요하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움직임을 두고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출 규제 완화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 대출 문턱을 낮춰 좀 더 쉽게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LTV와 DSR 중 LTV만 풀 것으로 보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둘 중 하나만 완화해선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LTV(Loan To Value ratio)는 주택담보대출비율, DSR(Debt Service Ratio)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뜻한다. LTV는 대출자가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 가치의 비율.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가 DSR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LTV는 주택 가격, DSR은 소득과 대비해 대출 한도를 정하는 것이다. LTV는 집값의 몇 퍼센트까지 대출해 주느냐를 결정하는 잣대이고, DSR은 대출원리금 상환에 월급의 몇 퍼센트를 쓸 수 있느냐를 따지는 기준이다. 현 정부와 달리 대출 규제를 완화해 실수요자의 숨통을 틔워 주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현재 LTV는 규제 지역, 주택 보유 여부 등에 따라 40~60%로 나눠 적용 중이다. 윤 당선인의 공약은 1주택자에겐 70%, 생애 첫 주택 구입인 경우 LTV 80%까지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5억 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대출할 때 LTV를 60% 적용한다면 대출 한도가 3억 원인데 차기 정부에선 3억5천만 원, 4억 원으로 그 한도가 늘어날 수 있다.
LTV 상향은 윤 당선인의 핵심 공약. 하지만 DSR과 충돌하는 게 문제다. 현재 대출 총액이 2억 원 이상인 경우 1년 동안 갚아야 할 원리금이 연 소득의 40%를 넘으면 대출이 되지 않는다. 7월부터는 적용 대상이 1억 원 이상 대출자로 확대된다. 결국 주택 가격 인정 비율이 높아지더라도 대출 한도를 정하는 소득 기준이 그대로라면 대출액을 높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구조 탓에 DSR 규제를 손질하지 않고 LTV만 상향할 경우 고소득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저소득자는 집 사는 걸 포기해야 하나' '지출을 줄여서 빚을 갚는다는데 대출받기가 너무 힘들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지금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LTV와 달리 DSR 규제 완화에는 부정적인 분위기여서 더욱 그렇다.
물론 DSR을 손대기 힘든 현실도 이해는 간다.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가운데 대출 규제를 한꺼번에 완화한다면 그나마 조금 진정된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 가계부채도 문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1천90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국가 경제에 지우는 부담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관리는 필수다.
그렇다고 이대로는 나는 시늉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우선 청년,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에 한해서라도 대출액 기준을 높이고 상환 기간을 늘리는 것도 고려해 보자는 이유다. 그래야 새든, 비행기든 낮게라도 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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