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해평취수장 대구시 공동 이용이 첫걸음을 내디디면서 30년 간 지속된 낙동강 물 문제 해결이 실마리를 찾게 됐다.
정부는 이달 4일 김부겸 국무총리 참석 하에 정부세종청사에서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구미시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구미지역 상수원보호구역과 공장설립제한구역 등의 추가 지정 확대는 없다'는 내용을 협정문에 담았다.
그러나 협정에는 구미지역 최대 현안인 KTX 구미역 신설을 비롯해 각종 지역 현안 해결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담지 못해 '알맹이 없는 협정'이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협정에는 KTX 구미역 신설을 대구시·경북도, 구미시가 원인자부담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돼 있다. KTX 구미역 신설에 1천900억원가량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점을 감안할 때 원인자부담 방식으로 구미역을 신설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른 협정 내용들도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얼마의 국비를 지원한다는 등의 내용이 없는 두리뭉실하게 '지원한다', '적극 협력한다' 등으로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KTX 구미역 신설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전제로 조건부 동의했던 시민단체, 경제계마저 상실감에 빠져 '앙꼬 없는 찐빵', '밀실 협약'이라고 비판하며 이젠 등을 돌리고 있다.
장세용 구미시장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의 협정 체결을 너무 서두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상당수 구미시민들은 알맹이 없는 협약 내용을 조건부 동의에 맞도록 다시 작성하거나 새 정부에 위임해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미와 대구의 상생발전 시발점이 될 맑은 물 나눔에 대해 구미지역 각계각층의 다양한 염원을 담아 본다.
◆구미 새로운 동력 찾아야
김기완 해평취수원 상생구미연합회 회장은 "이제 갈등의 시대는 끝났다. 구미 발전의 시간이 왔다"며 "이제는 화합해야 한다. 구미에 더 큰 것, 더 큰 발전을 얻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환경부는 상생기금 매년 100억원 지원, 해평습지 일대 생태축 복원사업 추진, 생태관광지역 지정 및 탐방시설 확충 등을 지원한다"면서 "대구시는 구미시에 상생지원금 100억원 지원, 국가 5산업단지 분양 활성화와 입주업종 확대 협력, 구미 농축산물 활로 지원 및 대구 관내 직거래 장터 개설, 공공급식센터에서 우선 구매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김 회장은 "이번 협정 체결이 구미시민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낙동강을 더욱 잘 보존해 구미의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수행, 구미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협상이 해법
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지역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재협상이 해법"이라며 "대정부 협상안이 민주적 절차가 충분했다면, 절반의 평가는 받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또 조 사무국장은 "KTX 구미역 '국비 신설'과 질 좋고 안전한 강변여과수 공급 등의 내용이 빠져 협정 전체가 '팥소 없는 찐빵'으로 평가 절하됐다"면서 "KTX 구미역 정차와 영구적자 손실금 코레일 부담, 강변여과수 공급, 대구시의 구미산업단지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대구시 접근성 지원 등이 추가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구미지역 정치권이 힘을 합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조 사무국장은 "더불어민주당 시장과 국민의힘 국회의원·시의원 간의 취수원 찬반 갈등 속내는 정부보상 성과를 6·1지방선거에 활용하려는 시장과 이를 저지하려는 국민의힘 간의 암투로 변질됐다"며 "재협상을 통해 KTX 구미역 정차와 강변여과수 등 시민체감형 큰 성과를 낸다면 새로운 구미시장은 재협상의 부담을 덜고, 정치권은 명분을 얻으면서 주민동의 절차를 통한 갈등해소 국면이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원천 무효 소송도 고려
김상섭 구미시 범시민반대추진위원장은 "구미시민을 상대로 한 대구시장과 구미시장의 설득이 약했다. 시민과 소통하지 않는 장세용 구미시장의 불통이 빚은 협약"이라며 "이번 협정은 밀실 야합이며, 원천 무효이다. 원천무효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김 반추위원장은 "구미의 미래를 위해 정치권과 구미시가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취수원 이전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취수원을 구미보 상류로 옮기자는 제안을 구미시장에게 했지만,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구체적 지원방안 제시되지 않아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은 "구미에 대한 투자자, 기업인의 1순위 요구사항은 KTX 구미역 신설이며, 대구경북 경제를 견인하는 구미국가산업단지에 KTX 역사가 반드시 신설돼야 대기업 투자 등으로 재도약의 불씨를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현안인 KTX 구미역 신설을 전제로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을 조건부 찬성했는데, 협정에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 이런 협정 내용으로는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을 찬성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윤 회장은 "조건부 찬성 요건을 충족시키는 협정문을 다시 만들어야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을 찬성할 수 있다"며 "이번 정부에서 힘들다면 차기 정부에서 조건을 충족시키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윤 회장은 "구미지역 경제계가 KTX 구미 정차를 염원하는 이유는 교통·문화·교육 등 이유로 구미를 떠나는 기업,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서다"면서 "경북과 대구는 한 몸이다. 구미경제 회복을 위해선 대기업·중견기업의 투자 유치를 더 많이 이끌어내야 하고, 이를 위해선 KTX 구미역 신설 등 인프라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 KTX 구미역 신설 명문화 해야
김경미 중소기업융합 구미융합회장은 "문화·교육도시 대구와 산업도시 구미의 상생협력은 이미 해묵은 과제이다. 대구와 구미는 경제, 교육, 문화예술, 체육 등 여러 분야에서 상생 발전해야 한다"며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 문제는 이 같은 상생 발전의 시발점이란 측면에서 거는 기대감이 컸다"고 했다.
김 회장은 "대구취수원 이전으로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가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반드시 담겨야 한다"면서 "구미 5국가산업단지에 SK하이닉스 유치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취수원 이전으로 인한 입주업종 제한 등 각종 규제가 있어선 절대 안 될 일이다. 더불어 KTX 구미역 신설도 반드시 명문화해야 한다. 그래야 찬성, 반대로 양분된 지역 여론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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