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영양 자작나무' 국유림 명품 숲

남송희 남부지방산림청장

남부지방산림청장 남송희
남부지방산림청장 남송희

'점입가경'(漸入佳境)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점점 아름다운 상황으로 들어간다'라는 뜻을 가진 말이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는 짓이나 몰골이 더욱 꼴불견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더 친숙하다.

'점입가경'의 좋은 뜻처럼 경상북도 영양군에 있는 국유림 '죽파리 자작나무 숲'은 갈수록 더욱 아름다운 숲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나무가 많다 하여 예로부터 '죽파'(竹坡)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의 깊은 산골짜기에는 순백의 자작나무가 숨어 자라고 있었다.

1993년 산림청에서 자작나무를 심은 후 30년이 넘는 세월을 꼭꼭 숨어 있었으나, 인근 검마산 자연휴양림을 찾는 이들을 통해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다.

숨겨진 보물 같은 죽파리 자작나무 숲은 마을 옆 작은 길을 따라 걷다가 잘 다듬어진 임도를 따라 걸어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임도를 감싸고 있는 수려한 계곡과 그 옆의 아름드리 나무들을 벗 삼아 걷다 보면 지루할 틈 없이 자작나무 숲에 도착하게 된다.

파란 하늘과 고고한 자태를 간직하며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순백의 자작나무들이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반기고 있어, 보는 순간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묘한 매력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산기슭을 가득 메운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과 숲길 사이사이 바람에 스치며 귓가에 속삭이듯 들려오는 자작나무들의 소리에 고요하니 마음마저 편안해진다.

자작나무 숲에서 내어주는 피톤치드와 자연의 조화로움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우울감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숲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자연스레 들게 된다.

자작나무는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 수종으로 산림욕 효과가 크고 살균 효과도 좋아 아토피 치유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죽파리 자작나무 숲은 산속에 있어 비교적 기온이 낮은 편이다.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특성상 보온을 위해 껍질에 기름 성분이 있다. 다른 나무들에 비해 불이 잘 붙고 오래 타며,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하여 자작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은빛 눈처럼 새하얀 옷을 입은 듯한 순백의 자작나무는 껍질이 하얗게 벗겨지고 얇아 마치 종이 같아서 옛날에는 사연을 주고받는 편지지 대용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자연을 만끽하며 산림욕도 누릴 수 있는 죽파리 자작나무 숲을 찾아가는 것은 쉬운 여정이 아니다.

우선 영양군 죽파리는 안동이나 대구에서 자동차로 1∼2시간 거리에 있으며, 죽파리 마을에서도 한 시간가량의 거리를 걸어야만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1시간가량의 걸음이 어려울 수 있는 이용자들과 다양한 즐길 거리 제공을 위해 산림청과 경상북도, 영양군에서는 에코로드(전기차 통행), 임산물 카페 등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산림청에서는 '명품 숲'으로 지정하고 누구나 쉽게 찾아가고,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자작나무 숲을 만들기 위해 진입로, 주차장 등 기반 시설과 숲길, 쉼터 등 편의시설을 더욱 확충해 나가고 있다.

영양 자작나무 숲은 멀기도, 익숙하지도 않지만 한번 그곳에 가면 그 가치를 느낄 수 있기에, 코로나로 지친 나를 달래 주었던 숨겨진 보물 같은 자작나무 숲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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