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스트'에서는 잔인한 살인마, '세자매'에서는 폭력 가장을 연기한 대구 연극판 40년 외길 인생 이송희 배우(빈티지 소극장 대표)는 기분 좋은 외도가 계속되고 있다. 대구 연극무대에서 10년 정도 활동해 대한민국 간판배우로 우뚝 선 이성민 배우의 추천을 받아 '비스트'에 출연하게 되었으며, 이후 '세자매'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로 주목받았다. 실제 이성민 배우는 시나리오 속 '완식' 캐릭터를 본 후 이송희 배우를 떠올렸고, "대구에서 함께 연극을 한 선배이자 존경하는 배우"라고 이정호 감독에게 추천했다.
이 배우는 "영화와 연극은 사뭇 다르다. 연극은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더 크게 오버해서 연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는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장면을 연출하는데 초첨을 맞춘다"며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연극판 뿐만 아니라 스크린을 통해서도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세자매'라는 작품에서는 문소리 배우와 함께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둘이 더 친해졌고, 영화에서의 연기를 오히려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이송희'라는 이름 석자는 대구시민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일 지 몰라도 연극계에서는 터줏대감격이다. 40년 동안 200여 작품을 통해 대구 관객들을 만났다. 20대 시절부터 노인역을 하도 많이 해, '할배 전문배우'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제는 40년 세월의 내공이 증명하듯 대한민국 최고 노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배우에게 기자가 뜬금없이 연기 한 대목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향촌연가'에서 한 시인이 주막에서 세월을 노래하는 연기를 멋지게 선사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직업이 연극배우라고 했던가?'. 이 배우는 "경제적 여유와는 담을 쌓은 이 직업이 나에겐 천직"이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가난이 내 인생을 지배하고 있지만, 단 한번도 다른 직업을 꿈꾼 적이 없다. 삶이 연극이고, 연극이 삶이 됐다. 그는 "가족들에겐 경제적 문제 때문에 좀 미안하지만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은 무대"라며 "매년 5편 이상의 작품을 40년 동안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변함없다. 마침 올해는 40주년이라 대구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앙코르 무대 '향촌연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주 목요일(3월31일)에는 제39회 대구연극제 공식참가작인 '신내'(신이 내린 아이, 한은정 작가, 이동학 연출)를 북구문화재단 어울아트센터 함지홀에서 재공연했다. 공연 후 뒷풀이까지 마치고 다음날인 1일 인터뷰에 응한 그는 "코로나19 이후 무대에 설 기회도 줄어들고, 후배들도 많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봤다"며 "정권교체도 됐고, 대구시장도 바뀌고 나면 지역 연극계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해 지역의 젊은 연극배우들은 택배기사, 현장노동자, 아르바이트 등 투잡을 뛰어야 생계가 가능한 현실이 됐다. 특히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못한 극단들은 아예 활발한 작품활동조차 접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그는 "힘든 현실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후배들이 밥을 굶지만 않는다면, 연극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잘 버텨주길 바란다. 분명 기회는 올 것이다. 이제 무대에 설 기회도 많아진다"고 희망을 노래했다.
한편, 그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힘이 닿는데까지 연극무대에 오르고 싶고, 영화에도 한번씩 신스틸러 연기를 선보이고 싶다"며 "더이상 무대에 오를 수 없다면 한적한 곳에서 조각도 하고, 자연과 함께 추억을 벗삼아 놀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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