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마음까지 살피는 온택트 장애인복지

최미화 경상북도 사회소통실장

최미화 경상북도 사회소통실장

꽃다운 스물한 살에 의료사고로 하반신을 못 쓰게 된 한 여성은 처음 10년간 자신이 평생 안고 살아야 할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매일 울었다. 하루아침에 식물인간처럼 됐기 때문에 '자고 나면 괜찮을 거야' '나는 아니야'라는 생각도 들고, 자포자기해서 자살 시도도 했다. 지금은 경상북도지체장애인협회 모 지회장을 맡아 같은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봉사하며 54세에 대학에 들어가서 본격적인 공부도 시작했다. 올해 이순(耳順)인 여성이 '죽음의 10년'을 깨고 세상으로 나온 계기는 전화선을 타고 온 누군가의 한마디였다.

"OO 씨, 같은 토끼띠인데 왠지 정이 갔다.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 나는 소아마비로 어릴 때부터 아팠다"는 말을 듣고, 지체장애 또래 여성이 봉사하는 OO선교회로 갔다. 열악했다. 사무실은 손바닥만 했다. 그런데 분위기는 밝았다. 빛이 났다. 동갑내기 중도 장애인 여성의 마음을 움직여 세상 속으로 내딛게 한 한마디를 건넨 소아마비 여성은 더 악조건을 견뎌냈다. 부모들은 소아마비 딸을 창피해하면서 집 안에만 묶어두려 했지만, 굴하지 않고 스스로 긍정적인 삶을 택해 세상으로 나왔다. 이 여성을 보고, 중도 장애인 여성은 처지를 받아들이고 세상을 위해 봉사할 용기를 냈다.

우리나라에는 지체·청각·지적·시각·뇌병변 등 15개 유형에 264만4천700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 총인구의 6.9%이다. 경상북도 역시 인구 대비 6.9%인 18만2천538명(2021년 말 현재)의 장애인이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중도 장애인 대 선천적 장애인 비율이 8대 2이다. 장애인 정책의 변환 시점이 왔다.

20일은 제42회 장애인의 날이다. 그동안 장애인복지는 관련 정책과 예산의 지속적인 확대와 관계 법령의 제정과 정비로 지원 체계가 확대되었다. 숙원 사업이던 장애 등급제도 폐지하였고, 장애인의 지역사회 내에서의 자립생활을 위한 일자리 확대, 직업재활시설, 주간보호시설 확충 및 활동 지원 서비스, 주간 활동 서비스 등 돌봄 서비스 확대 등 많은 변화를 꾀하여 왔다. 그럼에도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의 요구를 담아내기에 한계가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선 만큼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일한 기본권이 보장되도록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스트 코로나로 접어들고 있지만, 또 다른 감염병은 찾아올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장애인의 날을 맞아 경상북도는 AI, IoT,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활용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공간적 장벽을 해소하면서 디지털 장애인복지 서비스 환경 조성에 중점을 두는 정책 전환을 꾀하고 있다.

'마음까지 살피는 장애인복지'라는 슬로건 아래 대면 서비스가 작동되지 않을 시 혹은 실시간 소통할 스마트 홈 케어 서비스를 올 하반기부터 추진한다. 와이파이 무선인터넷 등 스마트 환경을 구축하고, 재가 장애인과 시설 퇴소 장애인 등 돌봄과 소통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교육·상담 등 복지 콘텐츠 제공, 안부 확인, 소그룹 활동 등을 제공하여 고립감을 해소하고, 자립 기반을 높이려 한다. 장애인은 서로 한 번만 만나도 십년지기를 만난 것 같다고 한다. 그만큼 동병상련의 입장인 것이다.

비대면 비접촉 방식의 실시간 디지털 복지 콘텐츠 제공과 공유로 서로 손 내미는 용기와 격려를 통해 우울감과 무기력에서 빠져나올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를 넘어선 어떤 감염병이 몰려온다 해도 격리와 단절이 아닌 온라인 소통의 온택트 장애인복지 시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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