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포항에 등 돌린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경북부 박승혁
경북부 박승혁

포스코케미칼이 포항에 6천억원을 들여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공장을 짓는 착공식 행사가 열린 7일,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해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축하를 전했지만 정작 그룹사를 총괄하는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역 인사들은 이 자리에서 포스코홀딩스 본사 서울 설립 논란으로 갈등을 빚은 이 시장과 최 회장이 만나 그간의 앙금을 풀고 앞으로 본사 포항 설립 세부방안과 상생계획 등을 논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행사에 참석하겠다던 최 회장은 돌연 다른 일정을 이유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1일 포스코 창립기념일에는 특별한 창립행사가 없어 본사인 포항제철소를 찾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는 일정을 숨긴 채 1박 2일 포항을 방문했다. LG 등 포스코케미칼 고객사들에게 음극재 공장을 보이기 위해서다. 이후 포항 청송대에서 만찬을 하고, 다음 날에는 경주에서 골프를 즐기며 일정을 마쳤다.

이런 일정 가운데 이 시장과 포항시민은 아예 없었다. 이쯤되다보니 최 회장이 감사실장 시절부터 자신에게 만만치 않은 포항이 너무 불편해 피한다는 얘기가 진짜로 들린다.

이제는 포항시도 최 회장을 포기하는 느낌이다. 그도 다른 회장들처럼 정권교체와 함께 자리를 물러날 것이기에, 새로운 회장과 협의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포스코도 이런 정서를 감지한 듯 최 회장의 뜻을 담은 '포스코그룹 정체성'이란 글을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보냈다. 포스코홀딩스(포스코그룹)는 외국인 지분이 절반 넘는 민간기업이고 국민기업이라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이런 프레임을 극복해야 한다고도 말하고 있다.

요즘 포스코를 퇴직한 여러 고위 임원들은 공통적으로 최 회장을 이렇게 평가한다.

"돈만 좇아오던 '재무통'이어서 그런가. 일본에 짓밟힌 희생에 대한 '목숨 값'으로 설립된 회사의 정신과 포스코를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일한 선배들의 땀을 전혀 모른다."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이 알았다면 호통만으로 끝날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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