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간 익명으로 매년 1억원 이상 기부해온 '대구 키다리아저씨'의 정체가 밝혀졌다.
주인공은 대구 북구 검단동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박무근 미광전업㈜ 대표다. 그는 지난 2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개인고액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대구 200호 회원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연말마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가 익명으로 1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건넸다. 10년 간 그가 기부한 금액만 10억3천500여만원에 이른다.
매년 이어온 기부에 모금회 직원들은 박 대표에게 이름과 직업을 물었지만 그는 "묻지 말라"며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다. 단순히 이웃과 나누며 살고 싶은 마음에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싫었다는 게 이유다.
2020년 12월 마지막 기부금을 전달할 때에도 박 대표는 '10년 간 1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메모와 함께 퀵서비스로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박 대표의 선행은 이웃에 대한 미안함에서 시작됐다.
경북 군위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내다 대구의 한 전기 회사에 취업해 10여 년을 일했다.
1979년 미광전업㈜를 설립한 그는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2001년 즈음부터 기부에 첫발을 내디뎠다. 어려웠던 과거를 회상하며 기부 통장을 개설했고 전 직원 월 급여의 10% 정도의 금액을 매달 적립했다.
박 대표가 모은 기부금은 한국장학재단과 북한인권시민연합, 안중근의사기념관, 대한적십자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등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으로 전달됐다.
그러던 어느 날 박 대표는 업무용으로 고급 승용차를 구입했다가 까닭모를 미안함과 죄책감이 들었다고 했다. '차를 살 돈으로 남을 더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그 길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익명 기부를 시작했다.
그는 "차를 구매하면서 느낀 미안함에 또 다른 적금을 넣기 시작하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익명 기부금을 보냈다. 기부금을 보내면서 큰 울림이 있었다. 그 울림이 나의 기부 원동력이 됐다"고 했다.
이어 2014년엔 고향인 군위의 교육발전과 인재양성을 위해 교육 발전 기금을 기탁했고, 2019년엔 돌아가신 아버지의 나눔 정신을 기리고자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하면서 아버지 이름(고 박태조)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에 올리기도 했다.
그동안 자신의 존재를 숨겼던 박 대표는 "대구에 나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했다.
그는 "나 역시 결점이 있고 혹시 존재를 알렸을 때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걱정에 익명을 고수했다"면서 "하지만 은퇴를 앞두고 기부 문화를 더 확산시키고 싶어 얼굴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과 더불어 함께 일했던 직원, 거래처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게 됐다. 이 분들을 대리해 대표로 기부를 하는 것이다. 앞으로 많은 이들이 나눔 활동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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