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 주택시장, 조정대상지역 해제돼야

정해용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7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찾아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에서 대구를 빼달라고 요청했다. 지역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돼 대구가 조정대상지역 지정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대구시가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이번이 6번째다. 그만큼 대구 부동산 시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국토부 집계에 따르면 1일 현재 대구의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4천561가구다. 지난해 12월 1천977가구였는데 넉 달 사이 131% 급증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구에서 미분양 물량이 통상 5천 가구를 초과하면 위험 신호로 간주되는데 대구가 이를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경북의 미분양 상황도 마찬가지다. 1일 현재 미분양 물량은 6천552가구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전국의 미분양 물량(2만5천254가구) 가운데 44%(1만1천113가구)를 대구경북이 차지하는 것이 정상일 수는 없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일 현재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1주 연속 하락세다. 매매가격지수도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세종시를 빼면 가장 낮다. 걱정스러운 것은 향후 더 많은 입주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에서는 내년 3만4천 가구의 역대급 입주 물량이 예고돼 있다.

상황이 이런 마당에 대구를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어 놓는 것은 과잉 규제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고 획일적으로 정해 놓은 조정대상지역 규제로 지방이 피해를 입는 것은 온당치 않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문재인 정부가 지역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무책임하며 비난받을 일이다. 차기 정부는 정부 출범 직후 신속히 대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기 바란다.

그렇다고 조정대상지역 해제가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대구의 부동산 시장 위축은 몇 년째 이어진 가격 급등 피로감과 공급 폭탄, 금리 인상이 맞물려 빚어지는 현상이기에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위축은 역전세난, 깡통 전세는 물론이고 지역 경제 침체 등 온갖 악영향을 불러온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시장 연착륙을 도모할 묘안을 짜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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