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충성심의 수치(數値)

김태진 논설위원
김태진 논설위원

"형님,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부하 마누라의 생일날 케이크를 건네며 "봉투도 하나 넣었다"고 하니 충성도 만점의 답이 나온다. 영화 '내부자들'의 한 장면이다. 마누라 생일을 보스가 기억해 케이크와 두둑한 봉투를 챙겨 주니 '사군이충'(事君以忠) 따위는 몰라도 기꺼이 신라의 화랑처럼 충성하고 싶지 않겠나.

조직 관리의 핵심을 친밀도, 감수성 등으로 연결하곤 한다. 냉정하게 말해 친밀도와 감수성을 대치할, 수치화할 수 있는 건 '금액'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결혼식 부조금 5만 원의 '관계', 10만 원의 '친분', 50만 원의 '의리', 세 자릿수 이상의 '충성'이 금액 옆에 선명하다. 암묵적 합의에 가깝다.

논공행상도 수치화했다면 역사가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1624년 '이괄의 난'이 자주 인용된다. 인조반정에서 이괄은 핵심 역할을 했음에도 정사공신 2등 훈록(勳錄)에 머문다. 반정을 관망했던 김류는 일등 공신에 오른다. 사가가 반란의 빌미로 해석하는 대목이다. 상대적 박탈감이 궁극에 이른 참사라는 접근도 있다. "쟤보다 내가 뭐가 모자라서."

국민의힘이 PPAT(People Power Aptitude Test)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를 예고했다. 17일 시험을 앞두고 밑바닥 민심에 해박하다는 광역·기초의원 공천 신청자들이 '열공 모드'에 돌입했다. 성적에 따라 가점도 달라진다. 오죽하면 기초의회 일정까지 모두 앞당겼을까. 이들이 우르르 시험장에 들어서는 모습도 진풍경이 될 것이다. 2018년 지방선거 기준 대구경북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 광역·기초의원 공천을 신청한 이들은 1천 명 정도였다.

정량적 평가로 주관성이 개입할 여지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번 시도의 호응이 커진다면 진일보한 형태의 정치적성검사(Political Aptitude Test)가 생길지 모른다. 정당 정치의 발목을 잡는 'X맨'을 걸러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상상의 영역이다. 처음 시도되는 PPAT에 도전하는 이들의 분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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