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1시쯤 찾은 대구 두류공원. 낮 기온이 최대 27도까지 치솟은 날씨에 곳곳이 자전거 이용객들로 붐볐다. 가족부터 동호회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전거에 올라타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곳 관계자는 "사계절 중 봄에 자전거 이용객이 가장 많다"며 "그만큼 사소한 사고도 끊이지 않아 신경이 많이 쓰이는 시기"라고 말했다.
봄철 자전거 교통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대구에서 가장 많은 자전거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예방을 위해 전문가들은 자전거도로 개선, 시민 홍보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9일 도로교통공단의 '2016~2020년 월별 자전거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야외 활동이 잦은 3월부터 사고 건수가 급증했다. 1월 1천194건, 2월 1천109건이었던 자전거 교통사고는 3월 1천848건, 4월 2천484건으로 3, 4월이 1, 2월보다 2배 가량 많다.
특히 대구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자전거 피해 사고가 가장 많았다. 2020년 대구의 자전거 피해 사고는 인구 10만 명당 28.1건으로 전국 최다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대구 신천변 자전거길에서 만난 자전거 이용객들은 갑작스럽게 보행자들과 마주할 때 사고로 이어질 뻔한 적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A(63) 씨는 "자전거 속도가 붙었을 때 사람들이 불쑥 튀어나오면 정말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76) 씨도 "눈앞에 보이지 않았던 행인들이 화장실 쪽에서 갑자기 나오면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자전거 애호가들은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가 섞인 '보행자 겸용 도로'를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보도블럭 색깔만 다를 뿐 구분이 모호하고 심야시간에는 이를 알아채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대구의 자전거도로 연장 1천71km 가운데 보행자 겸용 도로는 87%(936km)로 노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구스타디움에서 만난 C(28) 씨는 "자전거 길이라는 인식이 약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 다닌다"며 "'자전거도로에 보행자가 진입하지 말아야 한다' 정도의 체계화된 규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고 예방을 위해 전문가들은 자전거도로의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고, 이를 토대로 시민들의 인식 확산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정훈 미래도시교통연구원장은 "대구는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높은 것과 달리 이용 여건은 좋지 않다. 차로 폭을 줄이는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보도를 확장하고 보행자와 분리된 겸용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며 "또 자전거 전용 공간을 내준다는 데에 시민들의 인식이 낮다. 지자체 차원에서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가 지난해부터 진행한 '자전거도로 개선방안 연구용역'이 올해 9월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는 자전거도로에 대한 적합한 통행 기준과 사고 다발 구간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자전거도로가 조성된 게 2010년 이전이라 당시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현재 나오고 있다"며 "자전거도로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사고를 예방할 방안을 만들어 개선하려고 한다. 또 자전거 사고다발구역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기준을 정해 시민들에게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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