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중 대구에 가장 관심이 높은 이유는 시장직에 도전하는 인사들의 특이함 때문일 것이다. 권영진 현 시장이 도전을 포기하면서 일찌감치 홍준표 의원이 대구시장직에 도전을 선언했다. 거기에 특별사면으로 영어의 몸에서 풀려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에 둥지를 튼 후 어려운 시기에 그를 끝까지 모신 유영하 변호사가 시장직에 출마를 선언했다. 3선의 김재원 전 최고위원도 대구시장직에 도전하고 있다.
선출직에 출마하는 것은 국민의 자유이며 권리이다. 따라서 이들의 출마에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정치인, 특히 선출직 공직에 도전하는 사람은 남다른 공직 윤리와 도덕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평생 정치학과 행정학을 공부하고 가르쳐 온 사람으로서의 생각이다. 대구 시민이 아닌 필자가 공직 윤리의 관점에서 이번에 도전하는 예비후보들을 평가하는 것이 매일신문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라 생각했다. 의견이 다른 분들도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그저 이런 의견도 있다고 받아들여 주시기 바란다.
먼저 홍준표 후보를 생각해 보자. 홍 후보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고, 두 차례 경남도지사를 지냈다. 이후 대통령 후보로서 문재인 대통령과 겨뤘고,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경선에서도 윤석열 후보에 밀렸지만 여전히 높은 지지를 받았다. 경남도지사 시절, 과단성 있는 정책으로 공공 의료를 개혁하는 등 행정가로서도 인정받았고, 시원시원한 말솜씨와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태도로 많은 유권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독선적 결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독선적 당 운영과 능력이나 자격과 상관없이 내 사람만 챙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총선에서는 당 중진들에게 험지에 출마해 달라는 당의 요청을 뿌리치고 탈당까지 감행하여 대구 수성구을에 출마해 당선되었다. 이후 1년 반가량 무소속으로 활동하다가 이번 대선 출마를 위해 복당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대구시장 출마를 위해 국회의원직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그가 지역구를 버리고 대구시장에 출마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다음 대선 출마를 위해서 대구시장직이 매우 유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2년 후 총선에서 다시 국회의원에 도전할 수 있지만, 그때도 험지 출마 요청을 거부해야 할 수 있다.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경우를 보더라도 광역단체장으로서 4년이 차기 대선 가도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결국 대구시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시장에 출마한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공직 윤리를 찾아볼 수 있는가. 당의 방침에 따르지 않고 탈당까지 해서 출마했던 분이 그 자리를 중도에 버리고 출마한다는 자리가 공천만 받으면 이길 것이 확실한 대구시장이라니 참 기가 막힌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유영하 변호사의 사례를 보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끝까지 모신 그의 충정은 박수받을 만하다. 주군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어디 한두 명인가. 박 전 대통령이 그런 유 변호사의 출마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는 매우 개인적이고 감정적이다. 정치인이나 시장으로서 유 변호사의 장점과 잠재력을 설명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개인적 관계만을 강조했다. 자신이 어려울 때 곁에서 자신을 도와준 최순실에게 대통령의 권한을 사실상 농락당했다는 것이 당시 80%에 달하는 국민이 탄핵에 찬성한 이유였다. 어쩌면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사건으로부터 아무런 깨달음이 없었던 것 아닐까. 자칫하면 유 변호사는 남자 최순실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진정 모르는 것일까.
국민의힘 공천 과정이 진행되고 있어 아직은 유권자의 선택이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누구든 공천을 받는 사람이 시장에 당선될 것이다. 그러나 대구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선 시계에 맞추어 탈당까지 해 가면서 당선된 지역구를 버리고 대구시장직에 나서겠다는 분과 능력과 상관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힘입어 시장을 하겠다는 분은 백번을 고쳐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는 누구든 높은 도덕성과 공직 윤리를 가진 진정한 보수 정치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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