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시진핑의 상하이딜레마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객원 논설위원)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객원 논설위원)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객원 논설위원)

상하이(上海)가 심상치 않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상하이는 각별한 인연이 있는 도시다.

오는 10월 20차 중국공산당 대회를 통해 3연임을 확정 짓고 종신 집권 공식화를 추진하고 있는 시 주석이 후계자로 확정되기 전, 저장성 서기에서 상하이 당서기를 맡음으로써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되고 후계자로 확정됐다. 모든 것은 장쩌민 전 주석이 좌장인 '상하이방'의 지원과 연대에 힘입은 바 컸다.

상하이는 중국 최대 정치 세력인 상하이방의 본산이라는 점에서 (상하이방) 좌장인 장 전 주석의 추천과 동의 없이 서기를 임명할 수 없었다. 2006년 9월 상하이시의 사회보장기금 유용 등 비리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서기가 낙마했고 그 자리를 둘러싼 각축전이 전개됐다. 후진타오는 리커창(李克强·공청단)을 내심 원했으나, 상하이방의 반대로 한정(韩正) 상하이시장을 대리 서기로 기용하는 선에서 타협을 봤다.

시 주석은 6개월여 후 상하이에 입성, 그해 여름 베이다이허 회의를 통해 후계자로 공식 지정되면서 베이징으로 상경했다. 시 주석이 베이징으로 상경한 후 상하이는 다시 상하이방 몫으로 돌아갔다.

상하이를 장악하거나 최소한 상하이방의 지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베이징의 정치 구도가 불안해지는 것은 중국 정치의 불문율. 아이러니한 것은 그를 정치적으로 키워 준 세력이 상하이방이었지만, 지금 시 주석의 정적이 상하이방이라는 사실이다.

시 주석에게 상하이는 시 주석의 집권 구상을 뒤흔들 수도 있는 불편한 도시인 셈이다.

불안한 전조는 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방역 조치는 시 주석의 리더십을 보증해 준 업적의 하나였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은 '제로 코로나'(请零) 방역이라는 철통 같은 통제와 봉쇄를 기조로 한 방역 정책을 통해 심판 판정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대회를 개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전 세계를 덮친 '오미크론'은 지금까지의 코로나와는 다른 전파력으로 중국 방역 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시안을 봉쇄하도록 한 코로나19는 3월 초 상하이에 상륙한 이후 '들판을 휩쓰는 들불'처럼 상하이를 집어삼키고 있다.

화들짝 놀란 중국은 3월 28일 황급하게 황푸강을 중심으로 상하이를 동서 구역으로 나눠 전 시민을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하면서 전면 봉쇄에 나섰지만, 코로나 확산의 불길을 잡지 못했다. 하루 2천~3천 명 수준이던 확진자는 매일 두 배씩 늘어나고 있다. 10일 발표된 확진자는 무증상 확진 2만4천여 명을 포함해 2만5천 명에 이르렀다.

우한(武汉)과 시안(西安), 창춘(长春) 등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1선 도시를 봉쇄한 경험으로 코로나 확산 저지선을 쳤지만 제로 코로나가 먹혀들기는커녕 속수무책이다. 2천500만 명이 거주하는 상하이 봉쇄의 역풍과 후유증은 거세다. 중국 최대 무역항인 상하이항의 물동량이 막히면서 중국 경제의 대동맥이 막혀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졌다.

보름여 봉쇄가 이어지고 봉쇄의 끝이 보이지 않으면서 상하이에서는 생필품 부족 사태로 인한 시민 고통이 배가되고 확진자 격리 후 홀로 남겨진 반려견을 방역 요원들이 때려죽이는 동영상이 나돌고 유언비어까지 난무하는 등 민심마저도 흉흉해지고 있다.

문제는 상하이의 코로나 확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중국 전역으로 재확산되는 온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시 주석이 지금껏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봉쇄와 통제를 근간으로 하는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폐기할 수 없는 것이 딜레마다.

오미크론 유행 이후 전 세계가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전환했지만 중국은 제로 코로나를 폐지할 수 없다. 제로 코로나는 시 주석의 정치적 자산이다. 이를 폐기한다는 것은 시 주석의 정치적 리더십을 훼손하려는 불온한 정치 행위로 간주될 수도 있다.

아마도 시 주석은 조만간 상하이 코로나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최측근인 리창 상하이 서기에 대한 문책을 통해 정치적 해법을 모색할 것이다. 정치적 희생양이 필요할 것이다. 올 초부터 제기되고 있는 주룽지 전 총리 등 공산당 원로들의 3연임 반대 목소리 등도 만만치 않다.

2017년부터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장쩌민 전 주석의 동향이 주목된다. 자칫 장 전 주석이 건강을 회복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면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상하이 딜레마가 두드러지고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