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곤 한다. 프랑스 낭만파 작곡가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1803~1869)도 자신의 불같은 사랑과 실연의 아픔을 작품에 담았다. 그것은 이 시기에 표제음악을 확립함과 동시에 근대 관현악의 기틀을 마련해 준 그의 대표작 '환상 교향곡'이다.
젊은 베를리오즈는 부모의 요구대로 의과대학에 진학했으나 음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23살의 나이에 겨우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파리 음악원에 입학했다. 이듬해 베를리오즈는 영국 셰익스피어 악단의 공연을 관람할 기회가 생겼는데, 공연에서 줄리엣을 연기한 주연 여배우 해리엣 스미드슨에게 마음이 송두리째 빼앗겼다. 스미드슨은 베를리오즈보다 열 살 연상인데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서 가난하고 이름없는 음악도에게 관심을 가질리 없었다. 하지만 베를리오즈는 그녀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냈고 환심을 사기 위해 연주회도 열었지만 모두 허사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받지 못한 비애와 좌절 속에서 베를리오즈는 관현악곡을 쓰기 시작했다. 모두 다섯 악장으로 된 곡마다 표제를 붙였다.
'꿈, 정열'이란 표제를 붙인 제1악장은 상상 속에서 정열의 파도라는 마음의 병에 걸린 한 젊은 음악가가 매력적인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하는 여인의 이미지는 기품있는 선율로 각 악장에 '고정악상'으로 나타난다.
'무도회'의 제2악장은 자신이 축제의 소용돌이 속에 끼어들기도 하고 전원의 평온한 사색에 잠기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서나 사랑하는 여인이 나타나 끊임없이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들 풍경'의 제3악장은 시골의 평온한 저녁에 멀리서 목동의 피리소리가 들려온다. 고독에 잠긴 그는 "만약 그녀가 나를 모른다고 하면 어떡하지…"라는 희망과 함께 불안이 뒤섞인다. 간혹 들리는 천둥소리와 정적만 남는다.
제4악장 '단두대로의 행진'에서는 사랑이 거절되었음을 확인하고 자신은 음독자살을 시도한다. 깊은 수면 중 무서운 환상 속에서 여인을 살해하고, 사형을 언도를 받아 단두대에 올라선다. 처형자들의 행진 끝에 '고정악상'이 추억처럼 나타나지만 강렬한 오케스트라의 일격으로 단번에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다.
마지막 제5악장 '마녀들의 밤의 향연과 꿈'에서는 자신을 매장하기 위해 모인 마녀들과 유령들은 야릇하고 오싹한 웃음소리를 낸다. 이때 사랑하는 여인의 선율 '고정악상'이 다시 들려오는데 이제는 그것이 야비한 선율에 불과하고 괴기하고 부자연스럽기만 하다.
이 곡은 오페라처럼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데, 이러한 형태의 관현악곡을 표제음악이라 한다. 표제음악은 특정한 이야기나 사상을 묘사하는 기악곡으로 음악 자체에 절대적인 가치를 두는 절대음악에 반대되는 개념을 갖는다. 이미 비발디의 바이올린협주곡 '사계'와 베토벤의 교향곡 제6번 '전원'이 표제적인 성격을 갖지만 본격적인 표제음악은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으로부터 시작된다.
베를리오즈는 이 곡에서 극적인 표현을 위해 대규모의 악기 편성과 획기적인 관현악 기법을 도입한다. 피콜로, 잉글리시호른, 4대 바순, 4대 트럼펫과 코르넷, 2대 튜바, 큰북, 심벌즈, 종, 하프 등의 악기를 포함시켜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색다른 소리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관현악법은 이후 바그너와 말러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대구시합창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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