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꿈틀대는 대구 축제] "축제는 삶의 활력소" 시민도 상인도 손꼽아 기다려

오랜 축제 미개최로 죽어가는 동성로, 두류공원 상권들
상인 "축제로 동네 활력 얻어, 이제 축제 통해 일상회복 해야"
비대면 축제에 대한 기대·우려, "콘텐츠 다양화 필요"

코로나19 장기화로 대구 중구 동성로의 빈 상가가 크게 늘었다. 최근 동성로 몇몇 건물 전체가 임대 상태로 남아 있는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코로나19 장기화로 대구 중구 동성로의 빈 상가가 크게 늘었다. 최근 동성로 몇몇 건물 전체가 임대 상태로 남아 있는 모습.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시민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지난 3년간 열리지 못한 축제 부활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축제 특수를 기대하는 상인들과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은 시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대면·비대면 행사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축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축제는 삶의 활력…일상으로 돌아가고파

동성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54) 씨는 코로나19로 활력을 잃어가는 동성로를 볼 때마다 안타까움이 크다. 폐점한 대구백화점과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임대 점포를 보자니 힘이 빠진다.

김 씨는 "동성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은 오로지 '축제'"라며 "돈을 떠나서 '동성로 축제' '컬러풀 축제' 등은 무조건 열어야 한다. 축제를 통해 일상으로 회복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축제는 침체된 동네를 살리고 주민의 화합을 도모하기도 했다. 서구 비산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48) 씨는 코로나19 이전 매년 열리는 달성토성마을 골목길 축제를 회상했다.

토성마을 축제는 주민들에겐 그 자체로 활력이 됐다. 인근 서부시장이나 평화시장의 상인들까지 의기투합해 가게 이벤트를 열 정도로 마을에 활기가 넘쳤다. 김 씨는 "축제로 영업 이익도 늘고 동네 이름도 알릴 수 있었다"며 "이제 한적한 골목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숨만 는다"고 아쉬워 했다.

◆전문가 "대면·비대면 혼합 '하이브리드 축제' 개발 힘써야"

전문가들은 비대면 축제와 대면 축제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축제'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면 콘텐츠'로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서철현 대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대면 축제 개최에 변수가 남아있는 이상 앞으로 '하이브리드 축제' 형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양질의 축제 콘텐츠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해당 지역을 알릴 수 있는 역할을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대면 축제를 열기가 어려워지자 '비대면 축제'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약령시 한방문화 축제, 김광석 길 페스티벌 등이 지난해 비대면 방식으로 열렸다. 공연 등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중계해 시·공간 제약이 없이 누구나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동성로 축제가 진행 중인 대구 중구 동성로 야외무대 앞. 축제지만 무대 앞에 모여든 사람든 별로 없다. 매일신문DB

지난해 10월 '제43회 대구약령시 한방 문화축제'를 비대면으로 진행한 대구약령시보존위원회는 축제용으로 제작한 동영상 조회수가 37만 건을 기록했고 온라인으로 참석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에 1천100명이 몰리며 신청이 조기 마감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보존회 관계자는 "시간이나 거리에 제한이 없으니 전라도에서 축제를 찾아보고 약령시에 알게 됐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다"며 "온라인을 통해 축제의 전통성을 이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콘텐츠 부족한 비대면 축제…"신기술 활용해 감염 우려도 막아야"

대구시는 올해 역시 준비 중인 38개 축제 중 19개는 대면과 비대면을 혼합 방식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콘텐츠 부족 등을 지적하는 시민이 늘면서 풀어야할 과제도 쌓이고 있다.

지난해 동성로 축제를 개최한 중구청은 3차원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접목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기술 구현 수준이 초보적인 단계에 그쳤고 축제 내내 비슷하거나 같은 프로그램들이 반복 송출됐다.

당시 동성로축제를 지켜본 시민 유모(31) 씨는 "메타버스 기술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어 관심 갖고 봤는데 실망만 했다"며 "신기술을 접목한 축제라고 할 수 있는지 난감함이 컸다"고 했다.

여전히 축제 개최에 따른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루빨리 일상회복을 염원하지만 거리두기 완화로 반복됐던 '코로나19 재확산'에 트라우마가 생긴 탓이다.

시민 박모(23) 씨는 "사람이 한 특정 장소에 모인다는 자체에 트라우마가 있어 축제가 개최한들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특히 치맥페스티벌의 경우 주취자들이 턱스크를 하고 마구잡이로 술을 먹고 소리 지르는 모습이 빈번할 것 같아 이런 모습을 보기는 아직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전문가는 지자체 축제에 신기술을 잘 활용한다면 콘텐츠 다양화와 더불어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응진 대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아직까지 메타버스가 일반화되지 않은 만큼 지자체는 전문가 집단을 활용해 플랫폼을 구축하고 대상층을 겨냥한 콘텐츠를 개발해 메타버스 축제를 시범 운영해보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상세계를 이용한 축제 진행 방식은 코로나19로 인한 축제 개최에 따른 시민들의 불안감도 불식시킬 수 있다. 시·공간 제약없이 안전한 방법으로 다수의 시민들에게 지역 축제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동성로 축제가 진행 중인 대구 중구 동성로 야외무대 앞. 축제지만 무대 앞에 모여든 사람든 별로 없다. 매일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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