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문재인의 5년, 윤석열의 5년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국정(國政)은 축적(蓄積)의 산물이다. 전임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전해 주고, 후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도 외견상(外見上)으로는 이런 모습을 취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다음 날 문 대통령의 축하 전화를 받고 "많이 가르쳐 달라"고 했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윤 당선인은 "많이 도와 달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저의 경험을 많이 활용해 달라. 돕겠다"고 했다.

'문재인 5년'이 성공했다면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에게 가르침을 받고, 문 대통령의 경험·지식을 전수받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문의 5년'은 '윤석열 5년'의 전범(典範)이 될 수 없다. 문 대통령과 그의 정권이 실패로 귀결(歸結)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태평성대라고 강변하지만 대다수 국민에겐 고통의 시대였다. 나쁜 의미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숨이 넘어갈 정도로 겪었다.

윤 당선인에게 문 대통령은 반면교사(反面敎師)일 뿐이다. 문 대통령의 실패를 통해 '윤의 5년'을 이끌어 갈 지침(指針)을 얻는 게 맞다. 탈원전 정책 폐기, 부동산 임대차 3법 개정 등 문 대통령과 반대되는 정책들을 들고나온 것은 예견된 수순(手順)이다.

개별 정책들에 대한 폐기·수정을 통해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것도 필수적이지만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게 있다. 국정 원칙(原則)을 바로잡는 것이다.

첫째는 이념(理念)에서 실용(實用)으로의 전환이다. '문의 5년'은 잘못된 이념이 국정을 좌지우지했다. 경제 정책은 물론 북한 및 중국·미국·일본과의 외교가 그릇된 이념에 매몰됐다. 윤 당선인이 "가장 중시해야 하는 것은 실용주의고 국민의 이익"이라고 한 것은 맥(脈)을 잘 짚은 것이다. 총리 및 장관 1차 인선에서 실용주의 면모가 확인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둘째는 과거(過去)가 아닌 미래(未來)로 달려가는 것이다. 적폐 청산에 '죽창가'까지 '문의 5년'은 과거가 판을 쳤다. 상대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과거를 끝없이 소환했다. 이로 인해 국정은 뒷걸음쳤고, 국민은 둘로 갈라졌다. 국정 방향을 미래로 타기팅(targeting)하는 게 급선무다.

셋째는 단절(斷絶) 대신 계승(繼承)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문 대통령은 보수 정권에서 이룬 성과들을 누리면서도 앞선 정권을 부정하고 폄훼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만 받들었을 뿐이다. 윤 당선인은 음수사원(飮水思源)을 염두에 두고, 국민 이익에 부합한다면 문 정권은 물론 진보 정권 정책들을 계승해야 한다.

넷째는 국민을 갈라치지 말고, 통합(統合)하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 등에서 지지층만 바라보는 갈라치기로 일관했다. 덕분에 지지율은 지켰지만 국민은 찢어지고 말았다.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윤 당선인은 국가·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것을 국민은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다.

윤 당선인에 대한 기대치가 역대 당선인들에 비해 낮다. 다른 당선인들의 70%는 고사하고 50% 안팎이다. 이는 윤 당선인에겐 오히려 약(藥)이 될 수 있다. 오만에 빠지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국정을 이끌어갈 수 있다. 앞에서 든 국정 원칙을 지킨다면 비록 시작은 미미하더라도 끝에는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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