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형 화마 피해 최소화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봄철 갈수기가 다가오면 관계 기관 공무원들의 속은 바싹 타들어간다. 크고 작은 산불로 산림자원이 훼손되는 일이 으레 반복되고 있어서다. 비상 근무 태세에 들어간다지만 대형 재난을 막는 데 역부족이다. 작은 불씨에서 시작하지만 통제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간 뒤 끝을 맺는다. 매번 기우제 지내듯 하늘만 쳐다봐야 하느냐는 원성이 나온다. 산불 대처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지난달 4일 시작된 울진 산불은 완전 진화까지 213시간 걸렸다. 역대 최장 시간이었다. 울진에서만 축구장 2만182개 규모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당최 가늠이 안 될 정도다. 최다 인원이 동원됐음에도 진화에 애를 먹었다. 하늘이 돕고서야 완전 진화로 이어졌다. 비가 내리지 않았더라면 어찌 됐을지 모른다는 말도 무리는 아니다. 후진국형 산불 진화 방식이라는 자조가 나온다. 안타깝지만 산불 진화에 훈련되지 않은 이들이 대거 투입돼 사실상 잔불 정리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어떤 재난이든 초동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 산불도 같다. 발생 시작을 막기 힘들다면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정된 방재 시스템이 필수인 까닭이다. 초대형 산불 진화 헬기 상시 대기, 산불 대비 산림 체질 개선 등 중장기 계획에 정부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반추해 봐야 한다. 경북도는 새 정부가 가칭 '국립 동해안 산불방지센터'를 신설해 주길 제안한다. 대형 산불 발생 우려가 큰 강원~경북 동해안 지역에 산불 대응 컨트롤타워를 붙박아 두자는 것이다.

2018년부터 강원도 동해안 산불방지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도 단위 기관으로서 한계는 뚜렷하다. 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드론, 다목적 차량 운전 등 첨단 기술을 익힌 산불 진화 전문 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자연 재난은 전쟁과 같다. 준비돼 있는 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소방 전문 인력을 따로 두고 유사시에 대비하는 이유와 마찬가지 논리다. 방재 시스템 정착은 정부 의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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