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 4월은 성수기인데…' 신규 주택 분양 줄줄이 연기, 왜?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약 성적 저조
대구 4월 최대 성수기 무색…건설사 미분양 공포감 탓에 차일피일 미루며 일정 조정
조정대상지역 해제 기대감…6월 지방선거 후 물량 쏟아질 듯

이사하기 좋고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띠는 봄이다. 하지만 올 봄 대구 사정은 좀 다르다. 미분양이 많은 데다 신규 분양 물량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채정민 기자
이사하기 좋고 분양 시장이 활기를 띠는 봄이다. 하지만 올 봄 대구 사정은 좀 다르다. 미분양이 많은 데다 신규 분양 물량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채정민 기자

보통 3, 4월은 분양 시장 최대 성수기라고 한다. 하지만 대구에선 최근 신규 분양 물량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분양에 나선 단지들의 청약 성적표가 좋지 않자 각 건설사들이 분양 시기를 미루는 등 눈치 작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대명센트럴 2차(남구 대명동)'는 애초 지난달 분양에 들어가려 했으나 7월쯤으로 일정을 미뤘다. 2월 분양 예정이던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영대병원역(남구 봉덕동)' 296가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분양 예정이던 ㈜KCC건설의 '수성포레스트 스위첸(수성구 파동)' 755가구는 언제 분양에 나설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 이달 분양할 것으로 보였던 '시지 삼정그린코아 포레스트(수성구 욱수동)'는 다음 달로 연기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효성중공업㈜)의 '상동 효성헤링턴플레이스(수성구 상동)' 322가구도 애초 이달 분양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 우미건설의 '월암 우미린(달서구 월암동)' 401가구도 이달 분양하려다 하반기로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올해 신규 분양 단지는 5개 정도. 금화종합건설의 '나나바루아 아파트(남구 대명동)' 60가구를 비롯해 ▷㈜대우건설의 달서 푸르지오 시그니처(달서구 본리동) 993가구 ▷동부건설㈜의 수성 센트레빌 어반포레(수성구 파동) 313가구 ▷시지 라온프라이빗(수성구 신매동) 207가구 ▷GS건설의 대구역 자이 더스타(북구 칠성동) 505가구(아파트 424가구, 주거용 오피스텔 81호실) 등이 그곳이다.

이마저도 청약 성적표는 부진하다. 소위 '1군 업체'인 대우건설의 '달서 푸르지오 시그니처'는 1천가구에 육박하는 브랜드 대단지임에도 모두 982가구 중 청약 접수는 126건에 불과했다. 동부건설의 '수성 센트레빌 어반포레' 상황은 더 처참하다. 1, 2순위 통틀어 33명만 청약하는 데 그쳐 분양을 했다고 하기 민망할 정도다.

이처럼 분양 성수기임에도 신규 분양 물량을 찾기 어려운 건 대구의 공급 과잉 탓이라는 게 지역 분양업계의 분석. 또 단기간에 걸친 가격 급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낀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A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공급자 입장인 각 건설사가 저조한 분양률과 미분양에 대한 공포감 탓에 분양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라며 "최근 치러진 대통령 선거도 일정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보통 선거 때면 소비자의 관심이 선거에 쏠려 분양 광고의 홍보 효과가 반감된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라고 했다.

대선이 끝난 만큼 상황이 달라질 거라는 말도 돈다. 유력 후보들이 대선 과정에서 수성구 투기과열지구 해제, 대구 조정대상지역 해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게 이유. 이 때문에 대선 이후 분양하는 게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영향을 줄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는 것이다. 실수요자를 위해 대출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한몫했다고도 풀이한다.

다만 빠른 시일 내에 분양 물량이 쏟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B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차기 정부가 5월 출범하는 데다 지방선거가 6월 실시되는 것까지 고려하면 각 건설사의 분양 시기는 6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6월 이후 시기에 관심을 갖는 건 새 정권 국토교통부의 조정대상지역 해제 조치와도 맞물려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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