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엄함과 억압은 같을까 다를까

정서적 흙수저와 정서적 금수저(최성애・조벽 지음/ 해냄 펴냄/ 2018)

부모와 자식 간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아이가 힘들면 부모도 힘들다. 작년부터 아들의 키가 내 키를 훌쩍 넘어서더니 키가 큰 만큼 성격도 달라졌다. 아들이 사춘기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앞으로 닥칠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양육과 관련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의 저자인 최성애・조벽 교수는 가정, 학교 및 사회에 치유 에너지를 전파하고 희망의 교육 리더십을 전파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이다. 두 사람은 부부이면서 육아와 교육에 대한 같은 가치관을 지닌 동료이기도 하다. 이들은 행복 육아로 나아가면서 아이들을 정서적 금수저로 키우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대개 청소년기나 초기 성인기 이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만한 신체적, 심리적 힘이 생기면 부모를 거부하고 독립하기를 원합니다. 오히려 이것은 건강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부모와 심각한 갈등이 표면화되는 일이 빈번합니다. 하지만 이때 부모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과잉 통제와 억압에 대해 반성하고, 자녀를 존중하고 양보와 타협할 마음과 태도를 지니면 부모와 자녀가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217쪽)

이 단락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아이를 엄함으로 대한 것이 아니라 억압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엄함과 억압이 얼핏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고 주장한다. 엄함에는 사랑과 존중, 가르침이 있지만 억압에는 혐오와 멸시, 가리킴만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함에는 배움이 있고 인재를 탄생시키지만 억압은 증오를 대물림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엄하게 했을지는 모르지만 억압할 의도는 추호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책의 핵심은 '정서적 애착'이라는 말에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가정교육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동안 학교와 학원 등 밖으로 내몰던 아이들을 가정에서 따스한 가슴으로 품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왜 그래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고 싶은 어른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스스로가 엄한 것인지, 억압하는 것인지를 반드시 돌아봐야 하기 때문에….

이수진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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