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그동안 지녀왔던 인간적 미안함을 표시하고,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당선인이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의 계기가 된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 당시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던 데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내며 박 전 대통령 형사재판 공소유지에 관여한 만큼 두 사람 사이 오랜 '악연'을 정리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박 전 대통령 사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만나 약 50분간 대화를 나눴다.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 예방 후 사저 앞에서 기자들에게 "박 전 대통령 건강에 대해 얘기를 했고 지나간 과거에 대한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가진 미안함을 말씀드렸다"며 "지금 살고 계시는 생활 불편하신 점은 없는지도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후 회동에 배석했던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공개하기 적절하지 않지만 (공개)했으면 좋을 정도로 그런 내용이 많았는데 다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라며 대화 분위기가 좋았음을 전했다.
권 부위원장은 이어 "윤 당선인이 과거 특검과 피의자로서의 일종의 악연에 대해 굉장히 죄송하다는 말을 하셨다"며 "박 전 대통령께서 굉장히 좋은 정책, 업적이 있는데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부분을 아쉽게 생각했고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이 정책 계승도 해서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관련해서도 "윤 당선인은 '서울에 있는 병원에 다니시거나 이럴 때 경호나, 전직 대통령으로서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조치를 취해 드리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내달 10일 있을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부위원장은 "윤 당선인은 취임식 참석을 정중하게 요청했고,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가능하면 참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 역시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 간 대화 분위기가 편안했음을 부각했다.
유 변호사는 "첫 대화에서 윤 당선인께서 '식사 잘하시나, 건강 잘 챙기시나'라고 여쭤봤고, 박 전 대통령께서는 '일단 당선인 시절부터 격무이니 건강 잘 챙기시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이어서 윤 당선인께서 박 전 대통령께 '참 면목이 없다, 그리고 늘 죄송했다'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분의 대화는 굉장히 따뜻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며 "간혹 웃기도 많이 하셨고 윤 당선인께서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이 부은 것 같다고 걱정하셨고, 예전에 (박 전 대통령께서) 테러를 당하신 것 관련해서도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께서는 '대구 발전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의 말씀을 하셨다"면서 "박 전 대통령께서는 '대통령 자리가 무겁고 크다, 정말 사명감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건강을 잘 챙기셔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배석자 모두 이날 회동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하면서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이 악연에 가까운 오랜 과거사를 정리하고 '보수 대통합'의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10년에 걸친 두 사람의 관계가 이번 만남을 기점으로 새로운 관계가 정립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만남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대구 사저에 입주한 후 19일 만에 이뤄졌다. 앞서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건강이 회복되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윤 당선인은 또 당선 이후 "임기 시작 전에 만나 앙금을 풀고 감정적인 부분을 털고 싶다"는 말로 국민통합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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