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대(對)러시아 항전 영웅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다. 러시아의 암살 위협에 맞서 수도 키이우를 사수하면서 온 국민을 하나로 단합시켰다. 젤렌스키는 11일 국회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면서 우리나라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초콜릿왕'으로 불리는 대기업 회장 출신으로 대선에서 패배한 후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폴란드로 망명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침공하자 귀국해서 민병대를 조직, 사재를 털어 무장시켰다. 재산을 챙겨 해외로 도망가는 대신 위기에 빠진 나라를 지키겠다며 AK 소총을 들고 전투에 참전한 전직 대통령의 사진 한 장은 감동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였다. '나라가 없으면 국민도 없다'는 포로셴코 전 대통령의 용기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의는 진정한 대통령의 품격이 아닐까.
만일 우리나라가 북한이나 강대국의 침공을 받는다면 전직 대통령들이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지 궁금하다. 임기 내내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진영 갈라치기에 몰입한 문재인 대통령이나 수감 생활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전직 대통령이 보여준 애국심과 용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탄핵의 수렁에 빠졌던 전직 대통령은 풀려나자마자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전직 대통령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현안에 대한 입장도 자제해 온 것이 우리 정치사의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옥바라지'를 한 변호사가 대구시장에 출마하자 박 전 대통령이 그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세계평화와 국익을 위한 명분이 있다면 전직 대통령도 얼마든지 자신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에게 포로셴코 전 대통령과 같은 품격과 용기를 애시당초 기대한 바 없지만 상식에 맞는 행보를 하는 것이 국민을 덜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
감옥에 갇혀 있던 5년의 시간이 고통스러웠다고 그 시간을 함께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유영하 변호사를 지지해 달라는 박 전 대통령에게선 전직 대통령의 품격이 보이지 않는다. 6월 대구시장 선거 결과에 따라 대구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볼모가 될 수도 있겠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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