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견 다르다고 SNS 집단 공격, 反민주주의 테러다

신평 변호사의 부인이 이틀간 병원 신세를 졌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공격을 받은 뒤 나타난 정신적 충격 때문이라고 한다. 연예인들이 온라인 댓글 공격에 시달린 후 겪게 되는 공황장애와 비슷하다는 의료진의 설명이다. 이순(耳順)의 연륜도 견뎌내지 못할 고약한 행태였다. 신 변호사는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김정숙 여사의 옷값 비공개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로 보이는 이들의 집중 공세에 시달려 왔다.

온라인에서 자행되는 이들의 공격은 인내 수위를 넘어섰다. 표적성 댓글 공격, 협박성 휴대전화 메시지가 수시로 날아들었다고 한다. 실명 계정으로 공개된 일부 소셜미디어에서도 협박은 끊이지 않았다. 실명이 노출됨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확신범들에게서 보이는 양태다. 옳은 일을 하기에 거리낄 게 없다는 당당함마저 보인다.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 홍위병의 온라인 버전으로 읽힌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일부 연예인의 소셜미디어를 난장판으로 만든 기억도 생생하다. 기호 2번을 상징하는 빨간색을 사용했다며 윤석열 후보 지지자로 몰아세운 것이다. 속칭 '2번녀(女)' 집단 린치다. 불과 한 달 전이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덮어놓고 몰려가는 이들의 분탕질은 한두 번이 아니다. 특정 정치인, 특정 진영 지지층에서 이런 행태가 잦다는 건 우연으로 보기 힘들다. 여권에서도 이들을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발뺌할 일이 아니다. 내부의 깊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민주주의란 다른 생각도 존중하고 합력해 나가는 것이다. 생각이 다르면 설복의 논리를 갖고 와야 한다. 욕설과 협박으로 생떼 쓸 일이 아니다. 결정이 필요하다면 다수결에 따라야 한다. 신 변호사가 제기한 김정숙 여사 옷값 공개 요구도 마찬가지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억지 주장만 반복할 게 아니다. 다수의 국민이 의구심을 갖고 옷값 공개를 요구한다면 따르는 게 순리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